brunch

학교 갈 때 같이 가주면 안돼?

by 고진예

나는 6시 40여분에 눈을 뜨고 핸드폰의 시계를 보며 꼼지락 거린다. 잠이 많은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고역이다. 한참을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아이에게 먹일 아침 거리를 머릿 속으로 몇 번을 고민하다가 7시가 되면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나의 게으름으로 아침 준비가 늦어지면 희재는 배고프다며 속삭이고 나는 하루종일 미안한 마음이 남기 때문이다.

종민이의 잠자리를 아빠에게 맡긴 이후로 9시 반이 넘지 않게 종민이는 취침한다. 그 덕분에 종민이는 아침 기상 시간이 빨라졌다. 간혹 형보다 일찍 깨어 거실로 나와 레고를 조립하며 놀거나 실내 자전거를 타며 만화책을 읽는다.


눈을 뜨면 일어나자마자 바로 샤워를 하는 희재의 습관은 일곱 살 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졌다. 나는 아이가 씻는 동안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한다. 나는 우동과 유부초밥을 두 개의 접시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우동 한 그릇, 유부초밥 한 접시를 나누면 아이들의 아침 한 끼가 된다. 희재는 아침을 먹으며 책을 읽다가 오전 7시 50분이 되면 등교한다.


“종민야, 우동은 식으면 맛이 없어. 어서 먹어.”

“아침 뭔데요?”


종민이는 식탁에 있는 우동과 유부초밥을 보더니 실내 자전거에 앉아 일어날 생각이 없다.


“나 먹기 싫어.”

“딱 한 개가 먹어보자.”


종민이를 달래서 의자에 앉힌다.


“어서 먹어.”

“먹여줘.”


아침에는 입맛이 없고 우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종민이여서 오늘따라 반응이 신통치 않다.

나는 긴 우동 면발 끝을 집어 입에 넣어준다.


“자아, 끊지 말고 후루룩 해봐.”


종민이는 후룩 후룩 몇 번을 당겨먹더니 재밌다는 듯 기분이 좋아 보인다.


“더 주세요.”


다시 제일 긴 면발 끝을 입에 물려준다.


“후루룩”


이번엔 쉬지 않고 제대로 입안에 들어간다.

종민이는 재밌다며 소리내어 웃는다.

몇 번을 해주다가 힘들어 주방으로 돌아가니 종민이는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주방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역시나 종민이는 어느새 실내 자전거 위에 앉아있고

우동은 반이나 남아 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종민아, 더 먹어야지. 이리 와.”

“엄마, 나 안아줘.”


종민이에게 다가가니 종민이가 나를 붙잡고 안긴다.

몸무게 28킬로 아들. 작년에 22킬로였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새 훌쩍 커졌다.

“자. 마저 먹자.”


종민이를 식탁 의자에 앉힌다. 종민이는 입을 벌린다. 나는 다시 우동을 입에 넣어주자 후루룩거리며 잘 먹고 김치도 잘 받아먹고 유부초밥도 입에 넣어주니 덥석 먹는다.


“종민아, 혼자서도 잘 먹어야 해.”



주방을 오가고 희재을 배웅하는 사이, 종민이는 혼자서 뒹굴뒹굴하며 거실에서 논다.

종민이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거짓을 말하지 않는 참나무, 오고 가고 가래나무, 일어나 앉아 구기자나무~”


학교 국악 시간에 민요를 배운 듯 제법 구성지게 노래 부른다.

종민이는 내가 따라 부르자, 재밌어하며 내 표정을 보며 박자를 맞춰준다.


“아냐 엄마, 구~기자가 아니라, 구기~자라고.”

“그래, 구기~자 나무~”

“그렇지. 다시 한번 해보자~”


종민이를 따라 한참 노래를 부르고 나니 종민이가 등교할 시간이 되었다.


“엄마, 나랑 학교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아.”

“응?”

“나 전엔 엄마 학교에 같이 가기 싫다고 했잖아.”

“그랬지.”

“그땐 엄마를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랐어. 지금은 엄마가 학교 앞까지 같이 가줘도 좋겠어. 그때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어. 엄마는 착한 사람인 거 같아.”

“아, 그랬구나.”


종민이는 작년 가을경 학교에 따라오지 말라고 성화를 부리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 내가 나이가 많아 부끄러워서 종민이가 나를 친구들에게 보이기 싫어 거부했다고 생각했다. 오늘 종민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종민이는 낯선 내가 두렵고 어색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12월 10일. 종민이와 함께 지낸 지 꽉 채운 2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종민이도 나도 많이 달라졌다. 요즈음 종민이는 어른처럼 말하지 않는다. 종민이는 간혹 자신의 주장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 외계어로 중얼거린다거나 아기 목소리를 낸다. 아마도 어른처럼 행동하는 것보다 아기처럼 행동하는 부모가 자기주장을 받아주기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을 거라고 여겨진다.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나는 어른처럼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하는 것보다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본다. 퇴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의 경계심을 풀고 부모를 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어른처럼 행동하거나 목소리를 내면 아이는 부모를 결정권자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부모와의 마찰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아이는 감당할 수 없이 외로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어른으로서 타인에게 안아달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종민이는 지금 사랑을 많이 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8살이기 때문이다.

나는 종민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집 앞에서 종민이와 인사를 나누고 씩씩하게 달려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keyword
이전 19화엄마를 기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