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휴일

휴일이 숙제 같은 나, 당신의 휴일은 어떤가요?

by 일상의 정빈

2021년 5월 5일 오늘은 어린이날이고 수요일이다. 한주 한가운데 쉬는 날이 있다는 건 직장인들에게는 정말 멋진 일이다. 주 5일 근무 직장인을 기준으로 할 때 특히 수요일 휴일의 의미는 크다. 5일 중 한가운데서 일로부터 해방되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매년 새해 달력을 받으면 모두들 단비 같은, 선물 같은 휴일을 기다리지 않는가.


휴일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휴일이란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날을 총칭한다. 일반적으로 근로의 의무가 없는 날을 말한다. 달력 상으로 휴일 날짜는 항상 빨간색으로 표시하며, 대표적인 예로 일요일을 들 수 있다. 공일(空日)이라고도 한다.


난데없이 왜 갑자기 휴일을 사전적인 의미를 검색하고 있는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휴일에는 항상 뭔가 엄청나고 대단한 하루를 보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나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휴일의 뜻이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날이라는데 그러면 그냥 맘 편히 쉬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나는 어제부터 점점 나를 짓눌러오는 부담감을 느꼈다.


어젯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니 친구의 인스타 스토리의 업데이트를 알리는 프로필을 둘러싼 핑크빛 띠가 보였다. 그녀는 기차 안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나는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가~?’ 그녀는 진주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친구에게 가는 길이였던 것이다. 어린이날인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나에게 전했다.


그녀들은 나의 유일한 절친한 대학동창들이며 아직까지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이다. 그런 그들이 나에게 일절 상의도 없이 둘만의 여행을 준비하고 떠난다니… 나도 금요일까지 휴가인데… 어떻게 다음날 바로 합류하여 하루라도 함께 여행을 떠나보려 했으나 나는 목요일, 금요일 다른 일정들이 있었기에 결국엔 갑작스럽게라도 추진해보려 했던 여행길의 동행을 포기했다.


운전면허가 없기 때문에 집으로 다시 돌아오려면 여행지인 화순에서 6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 긴 고행길을 결국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들이 일부러 나를 빼놓고 가는 친구들은 전혀 아니지만, 내가 느낄 서운함을 생각해주지 못한 것이 내심 서운했다. 어쨌든 나는 그녀들의 즐거운 여행을 바라며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오늘, 대망의 어린이날 나는 혼자서라도 대단한 휴일을 보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다. 어제 필라테스를 오랜만에 다녀온 탓인지, 운동 후유증으로 인한 얼굴과 손의 붓기가 느껴졌지만, 나는 쉬이 그냥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를 결심할 수 없었다. ‘뭔가 해야 해…!’


저조한 컨디션임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깬 뒤 바로 블루투스 스피커의 전원을 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bgm을 틀었다. 요새 즐겨 듣기 시작한 가수 지코의 곡들을 들으며 대망의 휴일을 위한 심사숙고를 시작했다. ‘그래, 안 그래도 강하늘이랑 천우희 나오는 영화 보고 싶었잖아. 그걸 보러 가야겠다…! 이왕 영화관 가는 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최근에 생긴 cgv로 가는 거야… 그리고 나선 좋은 카페에 가서 글을 써야지…! 이만하면 멋진 휴일 계획이야.’


앞선 시간의 흐름을 거쳐 지금은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휴일에 관한 고찰을 하며 글을 쓰는 이유는 나는 오늘 나의 휴일 계획에 전혀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럭저럭 좋았지만 내 마음이 삐뚤어져서 그런지 그다지 남을 만한 감상이 없었고, 영화 초반에는 보면서 쓸데없는 걱정 따위의 딴생각도 했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볕이 잘 드는 이 카페 안에는 저마다의 휴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같이 혼자인 사람도 있고, 둘 또는 가족끼리 방문해서 그들만의 휴일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꽤 절망적이다. 멋진 휴일 보내기 숙제를 아직 사일이나 더 해야 한다니… 미리 계획을 세워두지 못한 것에 대해 통탄하며 후회 중이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이 있었다 한들 내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도 못했을 것만 같다.


왜일까 나는 휴일이 어렵다… 잘 쉬는 방법이 대관절 뭔지… 오늘 밤에 꿈속에 흰 수염을 긴 머리처럼 기른 도사라도 나타나서 나에게 귓속말로 알려주고 가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 모두 오늘은 휴일이다. 다들 어떤 휴일을 보내고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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