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소리

by 일상의 정빈

햇볕이 내리는 오후, 활짝 열린 창가에 앉아있다.
멍하니 아득한 세계. 분명히 육체는 그대로 있으나 몇 시인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든 게 다 어렴풋하다. 영혼이 저 멀리 먼 곳으로 보내진 것 같은 느낌이다.
힘 없이 벌어진 입, 반쯤 감긴 눈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보사노바풍 음악, 트럼펫 소리, 아스팔트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
한낮의 소리 속에서 지나가는 풍경들도 하나의 소리처럼 느낀다. 빨간 배낭을 멘 잰걸음으로 가는 여자 아이의 뒷모습, 바람에 살랑거리는 교정에 심긴 소나무, 멀리 지붕 위의 천막도 모두 한낮의 소리, 평안하고 경쾌하다.


나른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 가만히 앉은 나 또한 한낮의 소리. 나는 오후의 소리처럼 소담히, 나른한 행복의 일부로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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