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뒹굴뒹굴
어젯밤 코로나로 비상약을 사러 가는 꿈을 두 번이나 꿨다. 한 번 꾸고 꿈이구나 했는데 다시 그런 꿈을 또 꾸다 말고 깼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저녁에 같은 직장(학교인데 가끔은 폭넓게 직장이라는 말이 좋을 때도 있다.)에 근무하시는 분의 확진 소식을 접했다. 접촉자인 경우는 자가진단 키트를 구입해서 음성 확인하고 출근하라는 연락도 왔다. 더 이상 코로나19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니다. 어느새 눈앞까지 왔다.
아침에 일찍 눈뜨자마자 감기약, 해열제, 지사제, 위장약 등 비상약을 구입하고 왔다. 약국에서는 이미 코로나 비상약이라고 포장해서 팔고 있었다. 뉴스에서 보던 꾸러미였다. 가격은 대 26000원, 소 14000원 생각보다 비쌌지만 어른 것과 아이 것을 구입해두니 보험을 든 것 마냥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오늘은 집에서 그대로 쉬었다. 확진된 직장 동료와 접촉은 안 했지만 그분이 머물렀던 공간에 다른 시간 난 30분 정도 머물렀었고 몇 초간 스치듯 지나가면서 1미터 정도에서 눈빛으로만 인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세다니까 당분간 예의 주시해야겠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 확진되었다면 빨리 완쾌하기를...
작년 말쯤에 다른 반 학생이 확진되면서 그 반 학생들과 그 반에 들어갔던 선생님들이 부랴부랴 모두 검사받게 되었고 모두 음성으로 마무리되었던 때를 떠올려보면 '환기와 마스크 착용이 얼마나 예방에 도움이 되었는가' 하면서 참 다행이었다 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자주 발생할 거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씁쓸하다. 예전에 독감 환자로 반 학생이 30명 중에 절반 이상이 학교에 못 나왔던 때가 있었다. 이번엔 코로나로? 한숨이 벌써부터 나온다.
코로나 확진자가 제주에 1명일 때도 조심했는데 이제는 하루 확진자가 1000명 가까이 나오고 있으니 끝은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재택 치료한다고 아우성이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덕분에 출근하지 않고 오늘은 뒹굴뒹굴거렸다. 소불고기에 아침밥을 먹었고 점시에 빵을 구웠으며 저녁에 몇 가지 반찬을 보태어 김치에 상추쌈에 남은 소불고기까지 싹 먹고 치웠다. 며칠 전 알게 된 배달앱으로 이젠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모든 것이 다 해결되고 있다. 이건 참 다행인 일이다.
게다가... 좀 더 사용해보고 글 써보려고 하는데, 텔레비전이 없었던 우리 새집에 'LG스탠바이미'와 '삼성 더 프리스타일'이 들어와서 영화나 텔레비전 보며 시간 보내기에 최고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마당이 있어 공간이 주는 답답함마저 없다. 집은 시기적으로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한다. 시공사와 인연도 잘 닿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아이를 위한 집'이면서도 튼튼하게 그리고 알뜰하게 잘 지어낸 집에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작년에 최고 감사한 일이었다.
작년까지 집을 지으면서 대문 하나하나 방 문짝도 하나하나 등등 선택의 고민을 계속 해왔다면, 올해의 첫 고민은 대학원 과정이다. 1학기만 이수하고 갈 길이 남았는데 고3 담임을 맡게 되어서 아무래도 대학원 과정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휴학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매우 좋겠는데 이미 휴학을 여러 번 해서 남아 있는 기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끝일 가능성이 높다. 대학원 과정은 제대로 밟아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데 언제 그 기회가 올는지..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뒹굴거리면서 보낸 시간에 첫 고민을 풀어봤다.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다. 언제든 배울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다양한 배움의 장소에 기웃거리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지만 이 기간 동안 내가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한번 정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1순위 2순위 3순위는 과연 무얼까? 코로나19 상황 전에는 어떤 곳이든 그저 마음이 끌리면 가봤는데 이제는 더 간절하게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마음에 정리해서 담아두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뒹굴뒹굴거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