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에서 한 번의 쉼표쯤은 괜찮아.
학교에 입학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대학생활이 낯설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만 듣다 보니 친구도, 캠퍼스의 감성도 느끼지 못한 채 2학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해 2학기, 내 성적은 처참하게 2점대였다. 남들은 잘해 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느낌. 소프트웨어라는 전공은 정해진 답만을 요구했고, 나한테는 그게 어렵기만 했다. 이대로 살 순 없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멈추기로 했다.
22살, 처음으로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쉼 없이 공부만 해왔으니, 나도 쉬어갈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휴학을 결정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시작했다. 우선, 자취를 하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경험해 봤고, 다양한 동아리에 들어가 보았다. 마술 동아리, 보드게임 동아리, 천체 관측 동아리, 그리고 공모전 동아리까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들이었다.
특별한 목표 없이 가볍게 시작했던 동아리 활동들은 예상보다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배운 것, 무언가에 몰두하며 얻은 성취감. 특히, 공모전 동아리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처음엔 도전했다가 떨어졌지만, 다시 도전한 끝에 본선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기획’이라는 원하는 직무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도전에 익숙해져 갔다. 공모전, 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 활동까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구름톤’이라는 IT 대회를 알게 되었다. 며칠 밤을 새워가며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 그리고 실력 있는 사람들과의 협업. 이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기획자로 지원서를 작성했고, 합격했다. 그렇게 나는 제주도로 향했다.
해커톤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뛰어난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우리는 ‘올바른 해루질 안내 서비스’를 기획했고, 단순한 아이디어가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팀원들과 밤을 새우며 고생했지만, 이상하게도 힘들지 않았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오히려 즐거웠다.
그렇게 우리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다. ‘카카오 대표이사상’을 받았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한 일이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도전하고, 사람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을 얻었다.
돌아보면, 휴학은 단순한 ‘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나는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학교를 잠시 멈추고 쉬어가는 것, 그건 절대 낭비가 아니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할 시간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멈춰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나를 돌아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나는 나의 길을 찾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쉬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나아가는 것.
휴학을 하면서 시작한 헬스는 나의 소중하고 은근히 꾸준한 취미가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운동이었지만, 어느 순간 나만의 루틴이 되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고, 그 안에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휴학은 나를 멈추게 한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나아가게 해 준 시간이었다.
혹시 요즘 ‘나 좀 쉬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쉬는 걸 괜히 두려워한다. 남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고, 다시 시작하면 뒤처질 것 같아서. 하지만 진짜로 쉰다고 해서 뒤처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
내가 휴학을 했다고 해서 멈춰 있었던 게 아니었던 것처럼, 누구든 그렇다. 잠깐 숨 돌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하다면 용기 내서 멈춰도 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가면 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원하는 속도로 걸어가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그 길이, 나중에 돌아보면 정말 멋진 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