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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총 Aug 26. 2022

Ep.7 보상금 협의

35살, 나는 해고당했다.

HR 매니저에게 연락이 온지 하루가 지났다. 아직 그들에겐 연락이 없었고, 나는 할일 없이 집 주변을 배회했다. 입맛은 없지만 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었고, 이력서를 회사 수십군데에 보내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오후 4시쯤, 아시아 HR에서 왓츠앱 콜이 왔다. 또 전화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전화를 받지 않고 메세지를 보냈다.


"제발...이메일로 대화합시다."


HR담당자는 메세지로 "나에게 보상금을 제시할 단계로,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니 보상금액을 화상미팅으로라도 하자." 요청했다. 대화라도 할 수 있는게 어디냐 라는 생각이 들어, 우선 제안을 수락했다.


한시간 뒤, 화상미팅이 진행됐다. HR 매니저는 '진심없는' 사과로 첫 말문을 열었다. 


"딱총씨, 정말 미안합니다. 연락이 없을동안 많이 힘들었죠? 제가 휴가를 간 동안 이런 안좋은 일이 일어나서 유감입니다. 딱총씨에게도 이렇게 부당한 일로 힘들게해서 미안합니다. 이제 제가 왔으니 제가 이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매니저의 말이 가슴에 와닿을리 없었다. 이미 6일이라는 시간동안 내 신체와 정신은 황폐화되어있었기에, 하고싶은 말이나 빨리 하길 기다렸다. 매니저는 바로 본론을 얘기했다.


"보상금으로 0개월 월급을 드리겠습니다.이거면 될까요?"


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 공식적으로 이해될만한 근거도 없이, 친구에게 이사 좀 도와주면 5만원 주겠다.는 듯한 흥정식 제안에 당황스러웠다. 나는 물었다.


"어떤 기준으로 0개월을 책정한겁니까?"

".....어, 우리가 당신에게 제안 하는 보상 금액이 그 금액입니다."


말 그대로, 이 이슈를 빨리 덮기에만 급급한 마음이 대화에서도 느껴졌다. 담당자에게 말했다.


"내가 보낸 메일 못 봤습니까? 난 지금 당신들 때문에 경력단절, 잘 다니던 회사 복직 불가, 커리어 손상, 경제적 고난,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있습니다. 100프로 당신들의 잘못으로요."


담당자는 고개를 떨구고 말이 없었다.


딱총 : "난 보상말고, 너희 회사에서 근무하기를 원합니다. 그게 지금 상황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제시한 0개월은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당신들의 대응이 문제입니다. 내가 정말로 근무를 할 수 없다면, 난 당신들에게 최종적인 보상금으로 0개월 급여를 요청합니다.”


그렇게 화상미팅을 끝냈다. 사실 당장 급한건 나였다. 그들이 제시한 몇개월의 보상금을 빨리 받고 이 늪같은 싸움을 끝낼까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치긴 했지만, 현재 나의 고통을 덮기엔 그들의 비상식적인 태도와, 보상금 역시도 턱없이 부족했다. 소송비용이 보상금보다 더 높더라도 법정싸움을 이어가는 피해자들의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담당자에게 설명한 현재 나의 피해들(이미 몇번이나 적어보냈다.)을 다시 정리해서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가 담당자 및 관련자들을 수신자에 넣어보내기로 했다. 그 담당자는 그 수신자들을 제외하고 나에게만 답장을 보내겠지만, 이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했다. 


메일을 보낸 후, 오랜만에 이력서관련 계정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몇 통의 면접제안 메일이 회사들로부터 와 있었다.


이 일이 터지자마자, 내가 바로 한 일은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해고통보를 받은지 6일째 되는 이 시점에 난 이미, 50곳이 넘는 곳에 이력서를 냈고 몇 군데는 면접을 진행했었다. 부당해고 회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못받고 죽어가는 멘탈인 상황에서도, 면접을 볼 때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여유있는 척 연기를 하며 면접들을 봐왔다. 그러다보니 우울증이 발병한게 더 악화된게 아닌가 싶다.


그건 그렇고, 지금 현 내 상황에서도 나를 찾아주는 회사들이 있다는게 감사했다.


요즘 인생을 살면서 이토록 스트레스를 받으며 잠도 못자고 고통스럽게 산 기간이 있던가 내게 물었다. 당연히 없었다. 회사생활이나 가정생활, 또는 개인생활 부분에서의 스트레스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이렇게 내 인생이 송두리째 뿌리까지 뽑혀진 적은 없었다. 


HR매니저와의 대화를 끝낸 후에도, 우울증의 여파인지, 지속적인 늦장 대응의 회사 때문인지 심장이 뛰고 가슴이 답답해져, 잠시라도 다른 쪽에 마음을 쓰기위해 연락이 온 회사들의 정보를 찾아보며, 면접을 추가로 볼 회사들을 정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2주 뒤면 우리의 새생명이 곧 세상에 나온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이 일이 하루 빨리 잘 끝나기를 바라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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