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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Sep 03. 2022

[초등1학년]내 아이만 보이는 매직 : 공개수업

초등 1학년 5월 대망의 공개수업을 가다

초등 1학년 공개수업? 공개처형!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첫째, 첫 입학, 첫 소풍, 첫 학부모 상담 

초등학교 입학 후 많이도 울었다.

하지만 첫 공개수업만큼 절망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일 학년 공개수업이라 함은,

가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고 있을지,

반에서는 어디쯤 앉아 있을지,

어떤 친구와 잘 지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자리라고 

학부모들은 생각한다.


나 또한 J군의 학교생활이 궁금하였다.


한편으로는 정말 선생님 말처럼 수업시간에 얼마나 민폐가 되는지도 너무도 궁금하였다.

담임이 그렇게 매일 나를 불러서 멘털을 털만큼 아이가 힘들게 하는지도 궁금했다.


학교 가는 길, 그날따라 날씨가 화창했다.


길가를 따라 빨간 장미가 송이송이 뭉쳐 피어서 5월이 계절의 여왕임을 알게 해 주었다.

장미의 꽃내음은 이렇게 향기롭고 싱그러운데...

하지만

나는 꼭 체한 것 마냥 가슴과 배가 울렁울렁거렸다.


나 빼고,

많은 학부모들이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항하는 발거음이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보였다.


학급에 도착 후 학부모들은 뒤쪽에 서 있었다.

J군은 선생님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도 부모님이 오니 신이 나서 시끌시끌하였다.


"자! 오늘은 엄마 아빠가 오시는 날이니 어제 준비했던 것 다 같이 잘해보자"

"네!!~~"

일 학년 특유의 씩씩함과 밝은 목소리가 기분 좋게 하였다.

모두 대답을 잘하고 있는 가운데 J군은 책상에 엎드려져 있었다.

벌써부터 속이 바짝 타 들어갔다.

"J야~~"

선생님이 여러 번 불러도 대답이 없다.

급기야 옆 친구가 어깨를 흔들었다.

"J야 이제 수업 시작할 거야 바로 앉아야지"

"선생님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 가야지, 어서 다녀오렴"


반 친구들과 뒤에 서있던 학부모들이 일제히 J군을 쳐다보았다.

눈빛 속에는 화살이 장전되어 있듯 모두 쏘아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J을 따라 같이 화장실을 따라갔다.


"엄마, 나 운동장 가서 놀면 안 돼"

"안되지, 지금은 수업시간이 자나, 수업 끝나고 그때 엄마랑 운동장 가서 놀자"

"싫은데"

"왜? 그래도 엄마는 J가 어떻게 수업받는지 궁금해"


J는 터덜터덜 반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미래의 꿈에 대해 발표하고 있었다.


이윽고, J군의 차례가 되었다.


"J군은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 담임이 물었다.

"모르겠는데요."

"어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모르겠어요."


대답을 한 후 J군은 엎드려 누워 버렸다.


선생님은 J군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다른 아이의 발표로 이어 갔다.


J군은 지루 했는지, 연필 끝을 물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에는 연필의 3분의 1이 없어졌다.


담임은 공개수업을 마무리하면서 

반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부를 동요를 준비하셨다.


모두 힘차게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 학년 아이들이 잘 적응하며 지내는 것 같았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대견하고 기특해 보였으리라.

어느 부모님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모두 각자 감동을 받았는지,

노래가 끝나고 크게 박수를 쳐 주었다.


하지만 J군은 동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노래가 끝나는 순간까지 중얼거리며 귀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동요가 끝나고 박수를 치자 같이 박수를 쳤다.


J군은 큰 소리로 외쳤다.

"와! 이제 끝이다!!"


나는 부끄럽기도 안쓰럽기도 하여 마음이 좋지 않았다.

뒤쪽에 있는 엄마들의 수군거림이 내 귀가를 맴도는 모기소리 마냥 윙윙 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 일 학년이기에 그럴 수 도 있지' 하며 넘겨 버렸어도 될 일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J군 말고도 특이한 행동을 하는 아이, 장난을 치는 아이, 눈을 계속 깜빡이며 틱이 있는 아이도 있었다. 비단 우리 아이만 눈에 띄고 특이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내 아이만 보이는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나는 J군의 안 좋은 모습에만 꽂혀 있었던 것 같다.

공개수업이 끝난 후 나는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인 마냥 학교를 뛰쳐나왔다.


한 시간 내내 공개처형을 당한 듯한 괴로움이 몰려왔다.

그 후로 오랫동안 우울감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엄마들의 커피타임 


일 학년이기에 등, 하교를 엄마들이 아이와 같이 하게 되는데,

아이를 데려다주고 바로 들어가기 싫은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숍으로 향한다.


학교 근처 일찍 여는 커피숍은 

참새가 방아 갓 못 지나가듯 

일 학년 엄마들의 수다타임이 한창이다.


요즘 선생님이 숙제를 많이 내주어 힘들다는 둥,

줄넘기를 급수별로 시험을 보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던지 ,

학원은 어디가 잘한다는 지,

좀 더 친해지면 남편 및 시댁 욕+자랑으로 시간이 이어진다.


그중 첫째가 유독 느리기에

타깃이 될까 봐 아침 등교 후 커피타임을 갖지 않다가

둘째 때 커피타임을 갖게 되었다.


"OO은 특수반이라며?"

"그럼 장애인인가?"

"OO엄마 너무 불쌍하다."

"근데 OO 때문에 수업시간에 흐름이 끊겨서 아이들이 힘들어해"

"OO은 그냥 하루 종일 특수반에 있지, 왜 왔다 갔다 하는 걸까?"

"어차피 장애면 계속 그 상태인 건가?"


둘째 아이반에도 특수반 아이가 있었는데

역시 그 아이 이야기가 도마에 올랐고 

한참을 이야기하였다.


나는 좌불안석이 되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OO엄마 너무 불쌍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불쌍한 엄마인가?

특수반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마 첫째 때 엄마들도 '나를 이렇게 봤겠지' 하는 생각에 

매캐한 연기를 마신 것 마냥 눈이 따갑고 얼얼해졌다.



학원을 다닌다고 사회성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OO은 어디 학원 다녀요?"

"영어는 **이 괜찮고 수학은 OO이 좋다는데?"

"책은 어떤 걸 읽히나요?"


일 학년은 너무 일찍 끝나서 뭐라도 안 보내면 시간이 너무 길다.


학습적인 학원 말고도 미술, 피아노, 태권도, 줄넘기 그 종류도 다양한 학원의 세계!!


J군의 학습은 너무 느리고 집중력도 짧은 탓에 

한글, 숫자, 교과서 전반에 대한 공부는 집에서 내가 전담하였다.


그래도 남자아이니까 에너지 발산 차원으로 태권도를 보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공부가 아니니까 잘 따라와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시간에 나도 좀 쉬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법도 배우고 사회성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나의 착각이었다.

J군은 이미 학교에서 나름 규칙과 질서를 지키느라 에너지를 다 소진한 듯했다.

근데 또 가서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게 아이에게는 큰 짐이었나 보다


J군은 태권도에 가서 규칙과 질서를 지키면서 아이들과 노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리고 ADHD 성향도 있기 때문에 충동성을 억제하면서 태권도 동작을 따라 하는 것 또한 힘들어했다.


"어머니 J군이 크게 다쳤습니다."

당시 셋째가 아직 아기여서 등에 들쳐 메고 J군을 데리고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다리가 후달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J군은 태권도 쉬는 시간에 누나들이랑 잡기 놀이하다가 문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면서 이마가 5센티나 찢겨졌다. 세로로 찢긴 바람에 상처가 아직도 있다.

해리포터처럼 이마 중간에 흉터가 남았다.


"J야 문이 있는지 몰랐어?"

"응 엄마 그냥 뛰는데 집중하다 보니까"

"J는 태권도 계속 다니고 싶어?"

"아니 힘들어"



그 후로 아이가 충동성과 주변인지 확장될 때까지 학원을 보내지는 않기로 했다.

학원 또한 상담 때 아이가 느리고 학습에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오지 않았으면 하고 에둘러 거절했다.







느린 아이 먼저 키운 선배 엄마의 공개수업 후 멘털 관리 TOP3


1. 공개수업 후 엄마들의 커피타임은 백해무익


초등학교 일 학년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이다.

그런 엄마들은 초등학교 1학년 친구가 초등학교 내내 같이 다니는 친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초등생활의 재미를 더욱 더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의견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는 지금 세명의 초등 남아 3명을 키우고 있다. 

첫째는 느려서 커피타임을 갖지 않았고 둘째는 첫째의 한을 풀려고 커피타임에 열심히 갔다.

셋째는 커피타임에 계속 초대가 되었지만 가지 않았다.


그 결과는 현재 일 학년 친구가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엄마가 개입하여 친구를 만들어 준다한들 서로 맞지 않으면 끝이기도 한다.

그리고 개입하여 만들어 준 친구가 너무 잘 맞는 다면 계속 가기도 한다.


결국 아이 하기 나름이다.


엄마들의 커피타임에 가면 학원정보라던지,

이번 담임의 과거 전력이라던지, 

이번 교장선생님은 이렇더라 저렇더라

카더라 정보가 난무한다.

그런 정보가 우리 아이에게나 나에게도 전~~~ 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그런 정보가 있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현실은 없으니 말이다.



2. 학원은 아이가 준비가 될 때까지 가지 말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경우, 그리고 주변에 학습이 느린 아이들이 학원을 가서 성공한 케이스는 아직 없다.


또한 학원에서도 느린아이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느린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것은 학원 이미지상 큰 손실 이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그만큼 성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과외, 소그룹 학습 정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지만,

느린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동반되지 않는 선생님을 만난다면 허송세월 및 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돈은 돈대로 나가는데 아이의 학습효과 나오지 않으면 엄마는 결국 아이를 볶으게 된다.


느린 아이의 특성상 자존감이 매우 낮은데 안 그래도 낮은 자존감에 땅굴 파고 들어갈 수 있으니 

엄마가 답답하더라도 끼고 하거나 아이의 성향을 선생님께 충분히 고지 후 받아줄 수 있는 곳으로만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3. 공개수업 날에는 가족여행 가는 날


나는 문제 상황이 발현되면 부딪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하지만 사실 부딪쳐서 상처뿐이라면 피하는 것도 상책이다.

1학년 공개수업을 빙자한 공개처형이 있던 날 이후 나는 공개수업이 있는 주에는 가족여행을 가버린다.


코로나 이후에는 모임이 자제되어

공개수업이 줌으로 진행되니 속상한 일이 없어져서 

공개수업을 빠질 일이 없어졌어 다행이다.


하지만 정말 ADHD 성향이 강하고

아직은 많이 미숙하고 느린 아이라면

공개수업을 가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나처럼 공개처형의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갔다 와서 결국 아이를 잡아두고 일장연설을 하게 되는데

그런 내 모습에 혐오와 죄책감으로 한두 달 맘고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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