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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Sep 07. 2022

[초등 1학년] 느린 아이의 가을 운동회

9월 초등 첫가을 운동회가 열렸다.

공익 아저씨 싫어


2학기가 시작된 후 개별화 회의를 통해  J군이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왔다 갔다 하며 수업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직 한글과 수가 어려우니 어쩔 수가 없었다.

체육, 음악, 미술은 공익 선생님이 들어가서 같이 수업을 듣기로 했다.

아이는 그것을 매우 귀찮아했다. 

나 또한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 나 공익 아저씨 싫어!"

"왜? "

"공부하기 싫은데 계속 앉아 있으라고 하고"

"J야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야"

"나는 천재 발명가가 될 거라 이런 공부는 필요 없어 "

"발명가도 공부를 해야 네가 원하는 계획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그러려면 기본적인 공부가 필요한 거야"


J는 화가 난 듯 불만이 가득했지만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나도 속으로는 열 통이 났지만 여기까지만 하기로 마음의 주문을 걸었다.

더 이야기하면 잔소리 및 감정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J와 대화할 때 절대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된다.


이렇게 처음에는 공익 아저씨를 싫어했다.

하지만 J가 어느 정도 수업시간을 따라가게 된 후 공익 아저씨는 다른 아이 수업보조로 들어갔다.


"엄마, 공익 아저씨가 안 오는데 무슨 일이 난 걸까?"

"아, 다른 아이 도와주시러 갔어"

"아 그렇구나, 없으니까 또 보고 싶기도 하네..."

"그럼 학교 끝나고 공익 아저씨께 인사하러 갈까?"

"아니, 그냥 물어본 거야"


사람에게 관심이 거의 없던 J가 관심을 보이니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다.

J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기보다 관심을 표현하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배려받을 것인가? 문제아로 낙인찍힐 것인가?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직은 낮 기온이 덥지만 그늘진 곳은 기분 좋게 시원했다.

가을 운동회 하기 좋은 날이다.


이번 가을 운동회는 J군이 특수반으로 배정 후 처음 특수학급 선생님과 함께하는 학사일정이었다. 

가을 운동회의 모든 일정을 특수학급 선생님과 손을 잡고 하나하나 해보기로 개별화 회의 때 합의를 보았다.


학부모들은 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운동회 일정을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나도 J군을 찾아보았다.

특수학급 선생님과 나란히 서서 운동회 일정을 차례대로 해나갔다.

단체로 하는 큰 공 굴리기, 과자 따먹기, 비눗방울 불기 등 대체로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라 잘 따라갔다.

심지어 개별 달리기 때도 잘 참여해 손등에 3등이라는 도장도 꾹 받고 선물로 공책도 받아와 나에게 자랑하였다. 나도 특수학급 선생님이 살뜰하게 챙기면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지나고 보니 이런 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담임은 핵망이였지만 특수학급선생님은 로또였다.


가을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인 이어달리기가 시작되었다.

각반 대표 달리기 선수들이 차례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운동장이 떠나가도록 아이들은 선수로 뛰는 친구를 응원했다.

그렇게 난리가 난 가운데 J군은 모래성을 쌓기 시작한 모습이 보였다.

열심히 뛰고 있는 친구를 보지도 않았고 응원하는 친구들도 보지 않았다.

특수학급 선생님도 같이 응원하자면서 J의 손을 잡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중 뒤쪽에 어떤 엄마가 놀라서 말했다.


"어머 저기 좀 봐 쟤네들 싸우나 봐!!"

"누구? 누구?"

"OO 아니야? "

"OO엄마 속상하겠다."

"OO이 욕하는 것 봐, 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OO이 반에서도 좀 유별난가 봐"

"OO엄마는 뭐 하는 거야?"


웅성웅성 되는 엄마들의 사건 현장을 쳐다보니 J군의 옆반에서 아이들끼리 싸움이 난 것 같다.

학부모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초등학생 1학년끼리 욕을 하며 싸움이 났으니 눈길이 갔을 수밖에 없다.

순식간에 OO은 나쁜 아이가 되어 부모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고 갔다.

모든 부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목소리 큰 몇몇 부모가 그리 말하니 내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파왔다.


내 아이만 느리고 특이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특수학급에 가서 배려받지 못한 다면 J도 문제많은 학생으로 남았을까?


싸움이 난 와중에도 나는 J군이 걱정이 되어 쳐다보았다.

특수학급 선생님과 J군이 나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 시기에는 조그마한 일에도 갑자기 밟은 브레이크처럼 매사 놀래곤 했다.


"어머니, 오늘 J가 운동회 때 잘하는 것 보셨죠? 생각보다 여러 가지 참여한 것이 많아서 기특해요. 특히 달리기 시합은 나가는 걸 어렵다고 했는데 끝까지 뛰는 걸 보니 저도 같이 막 달리고 싶었다니까요."


특수학급 선생님께서는 오늘 J가 잘한 것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초등학교 1학년 생활중 첫 칭찬을 들은 것 같다. 

사실 J군은 특수학급으로 배정된 후 칭찬을 많이 받았다.

조그마한 일에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것이 특수학급아이에 대한 배려였던것 같다.


"J가 끝까지 참여하면 참 좋겠지만 아이들 응원소리가 너무 커서 계속 있기가 힘든 것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집에 가서 쉬면 어떨까요? 담임선생님께는 제가 잘 말해두겠습니다."


J는 큰소리에 예민했다.

그 부분을 알아차리고 특수반 선생님께서는 귀가조치를 시켜주려 하셨다.

아이의 특수성을 금방 알아차리는 걸 보니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 오늘  선생님 덕분에 J도 잘 참여하는 모습 보니 뿌듯하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아닙니다. 오늘 J가 잘해 주었습니다. J야 오늘 너무 멋졌다!"


아이의 특수성을 인정해주고 그것에 맞게 아이를 대해 주는 선생님 너무나 이상적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배려를 받기 위해서는 장애를 받고 특수반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 속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특이행동을 연신하다가 문제아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배려를 받을 것인가? 문제아로 찍힐 것인가? 

나는 배려를 받고 불쌍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누나, 형이라고 불러


하교 중 같은 반 아이가 J군에게 인사를 하였다.

"누나 안녕" J군이 누나라고 불렀다.

분명 같은 나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J야 왜 누나라고 해? 같은 나이니까 OO이라고 해야지"

"아, 몰라"


나는 J가 뭔가를 착각한 줄 알고 다시 알려주었다.

같은 반 친구는 누나와 형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설명해주었다.

J는 별수롭지 않다는 듯이 알았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같은 반 아이에게 누나, 형이라고 불렀다.


같은 반 엄마를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반 엄마를 수소문하여 사건의 전모를 듣게 되었다.

그 엄마 말에 의하면,

담임선생님이 J군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주고 동생처럼 챙겨주라고 하면서

J군에게는 같은 반 친구들을 형, 누나라고 부르고 같은 반 친구들에게는 동생이라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치미는듯한 고통과 울화가 치밀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는 지금도 화가 난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가 먹먹해지고 까마득해졌다.

장애라는 말을 함부로 공개적으로 해도 되는 건지?

같은 반 친구들을 형, 누나라고 부르는 행위는 아이의 인권 따윈 아무 상관이 없는 행위인 건지?


J가 느리고 배려받고 도움을 주어야 해서 동생은 아니지 않은가?







느린 아이를 먼저 키운 선배 엄마의 특수반 이용 깨알 팁 TOP3



1. 특수학급의 많은 혜택을 누리자.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특수학급에 들어가는 것이 죄지은 것도 아니고 남에게 민폐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주눅 들고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이 자체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그런 것에 휩싸여 우울해하지 말고 정신을 차리고 받을 수 있는 혜택 정보를 모아보자.


특수학급에 들어가면 교육부 지원 카드 ,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방과 후 서비스,  소득별 지원 바우처 등 여러 가지 지원이 나온다. 여러 센터를 다니게 될 때 경제적으로 도움이 돤다.

꼭 센터를 다녀야 한다면 특수학급을 고려하길 바란다.


긴 여정이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현실적 혜택에 눈을 돌리시길 바란다.


2. 소통은 특수학급 선생님과 한다.


아이가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반반씩 하고 있다면 웬만하면 아이에 대한 소통은 특수학급 선생님과 하는 것이 좋다. 시간표 조율이라던지,  아이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부분은 결국 특수학급 선생님 시간표 조율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수학급에는 한 명당 6명의 장애학생을 담당하게 하는데 그 아이들 역시 같이 있으면 학습의 깊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표 조율을 통해 일대일 수업시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학급의 장애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내가 다닌 학교에서는 그렇게 진행되었다.


결국 학습에 대한 진도 및 아이에 대한 전반적 학교생활이 궁금하다면 담임 선생님보다는 특수학급 선생님과 대화하는 것이 더 전문가적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예외적으로 특수학급 선생님들이 모두 전문가적 통찰력이 있지는 않다.

J군 3학년 때부터는 경력이 없는 선생님이 오셨는데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이럴 경우 아이가 경계성을 가지고 있다면 적극적 어필을 통해 반에서 완전 통합하는 것을 추천한다.


반에 가서 멍하니 있더라도 친구들 노는 것을 관찰만 해도 사회성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3. 인생동지 만들기


특수학급에 들어왔다고 해서 아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그냥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 주변에 운이 좋게 먼저 가신 선배 엄마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차라리 동지들이 많이 있는 맘카 페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자조모임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이의 장애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엄마들끼리 경쟁 및 시샘이 도사리고 있다.

마냥 모두 공감하고 감싸주지 않는다.


특히 경계성인 아이들은 여기에서도 처신을 잘해야 한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라는 눈치를 받을 수 있다.


마음이 잘 맞는 인생의 동지를 만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같은 엄마로써 의지하며 긴 시간을 조금더 지혜롭게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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