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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Sep 05. 2022

[초등 1학년]와! 방학이다!

8월, 내가 더 기대하고 고대했던 여름방학

방학이 좋냐? 어 좋다!


사실 많은 학부모들은 방학을 두려워한다.

방학이 시작과 동시에 삼시세끼 다해야 하고 아이들과 내내 복작복작 붙어 있을 것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내쉬는 부모가 많다.

그렇다면 아마 평범한 아이를 키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학교에 가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1학기 내내 담임에게 매일 전화를 받고 부정적 피드백을 계속 받은 터라 

여름방학이 나에게는 긴 사막길 같은 여정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특히 1학년 첫여름방학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 아 이제 20일만 학교 가면 끝이다."

"J야 이제 일주일만 가면 쭉 쉰다. 그때까지 잘하자."


디데이를 적으며 하루하루 보냈다.


방학식이 있던 날은,

발걸음도 어찌나 가볍던지 초등학교 1학년 생활 중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거 같다.

그날은 담임선생님께 전화도 왔지만 받지 않았다.

다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마지막 날까지 왜 이러나 싶어 화도 났지만 

이제 저 꼴 보기 싫은 학교 정문을 안 본다고 생각하니 속이 다 시원했다.


정말 J군 보다 내가 더 신이 났다.


"J야 아이스크림 먹고 집에 갈까?"

"와 방학이라 사주는 거야?"

"그럼~ 이따 저녁에는 치킨 파티도 하자!"

"엄마! 방학하면 엄마도 좋은 거야?"

"그렇지"

"왜?"

"음... 이제부터 엄마도 방학이야!"


그렇다.

나도 이제 방학이다. 

오늘부터는 맘 편히 다음날 걱정 없이 잘 수 있다니!!

행복하다.



우리나라라서 안돼 


방학 일주일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했다.

맛있는 것 먹고 재밌는 영화도 보면서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들도 만족스럽고 나도 즐거운 하루였다.


하지만 조금씩 개학이 다가올 수 록 근심 걱정이 몰려왔다.

아직 J군은 완벽하게 한글을 떼지 못했고

더하기, 빼기도 힘들게 하고 있었다.

방학이 끝나가니 학습적인 걱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큰 서점에 가서 1학년 2학기 교과서를 사러 갔다.

2학기는 더욱 어려워진 내용들이다.

한숨이 들이쉬고 내쉬어진다.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은 학교처럼 오전에 공부를 시작했다.

글을 모르더라도 한 번씩 읽고 가면 그래도 도움이 되겠지 싶었다.

한글을 쓰는 것은 너무 어려워 하기에 미리 답을 적어가야겠다 생각했다.

한글을 쓰던 J가 답답하고 짜증 나는 말투로 물었다.


"엄마! 아직 방학인데 왜 공부를 하는 거야?"

"왜냐면 공부를 안 하고 가면 J가 따라가기 어려우니까"

"그럼 안 따라가면 안 돼?"

"어 안돼"

"왜 안돼?"

"우리나라는 공부 못 따라가면 힘든 일이 많아져"

"그럼 다른 나라로 가면 안 돼?"

"어 안돼"

"아빠 회사가 여기 있어서"


사실 나도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

공부를 하지 않고 그냥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나라로 말이다.

뭐 물론 다른 나라를 가는 것이 원척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느린 아이가 우리나라에서 지내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현실임은 틀림없다.







느린 아이를 먼저 키운 엄마의 여름방학 깨알 팁 TOP 3


1. 엄마도 일단 쉬자


방학이 되면 느린 아이 엄마들은 가열하게 시간표를 짠다.

이 시간을 발판으로 아이를 조금 더 학습적으로나마 따라잡기 위해서 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방학 내내 쉬는 것은 아니더라도

일주일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엄마도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폭발하고 만다.


나를 포기하고 시간을 보내게 되면 '너 때문에 이렇게 하는데'라는 감정이 올라온다.

결국 아이가 안 따라와 줄 때 속상함에 좌절과 포기라는 감정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느린 아이들은 엄마의 열정과 에너지만큼 못 따라와 주는 것이 당연한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느린 아이 아니겠는가?

나라로 우리 아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느리다면 아주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조금만 쉬어주어도 그 에너지로 아이와 함께 한 학기를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쉬는 동안 아이가 더 쳐지면 어떡하지 하는 조바심,

아이가 느린데 내가 이럴 때인가 하는 죄책감을 내려놓고

좀 쉬자!!



2. 아이에게 방학일정에 대한 브리핑 시간을 갖는다


느린 아이들의 공통점은 좋게 말해서 상황판단의 센스가 없다.

흔히 눈치가 없다고 한다.

이 시간쯤 이렇게 되겠다는 개념을 갖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J군은 지금 초6인데 이제야 아주 조금 시간에 대한 개념이 생긴 것 같다.

그렇다고 시간관리까지 한다고는 전혀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아침 브리핑 시간을 갖는다.

그냥 그 시간이 되어서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니 많은 짜증과 반발이 많았다.

이것은 느린 아이에게도 통용되지만 그냥 평범한 초등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처음으로 삼 형제 모두 초등학생이 되어 첫여름 방학을 보냈다.

초1, 초5, 초6 모두 하고 싶은 것이 다르고 보내는 시간도 다르게 되었지만,

아침식사를 같이 하면서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를 이야기한다.

본인들이 세운 하루 계획이기 때문에 그래도 반발이 적고 웬만하면 따라와 주었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팁을 말하자면 꼭 서류로 남기고 사인을 받아야 한다.

A4용지를 하나씩 주면서 시간별로 오늘 어떻게 보낼지 같이 고민하고 쓴 후  엄마 싸인, 본인 사인을 받는다.


여름방학 계획표를 한 달짜리를 통으로 짜니 전혀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이 더 낫던 거 같다.


크게 여행을 가거나 하루 종일 게임하는 날을 정해서 그날은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하는 날을 정하기도 했다.

그것 또한 사인을 받았다.


방학 내내 매일을 다 사인 받고 알차게 보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자기 점검 체크 용지들이 아이들의 착한 루틴들을 만들어 주었다.



3. 개학 일주일 전 전과를 사자


사실 시중에는 얼마나 양질의 문제집이 많은지 모른다.

우리나라만큼 문제집의 종류가 많은 나라가 있을까 싶다.


나는 J가 학원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문제집을 종류별로 사기 시작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문제집을 찾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센터를 돌면서 알게 된 사실은 느린 아이를 위한 특화 문제집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종류는 매우 적었다.

그래도 시중 문제집보다는 훨씬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개학이 오면 아이도 나도 긴장을 하는데 교과서를 살 수 있다면 교과서를 사고

교과서와 전과를 같이 사면 좋다.

거기에 나와 있는 문제를 풀어야지 하는 큰 욕심은 버리기 바란다.

느린 아이에게는 좀 벅찰 수 있다.

전과의 내용을 교과서에 받아쓰기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사실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하면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느린 아이들은 미리 교과서 르 봐주면 큰 도움이 된다. 


방학 동안 가볍게 쭉 읽어보고 어렵지 않은 것은 전과를 보고 답을 읽어 보는 것 정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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