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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Oct 05. 2022

[초등1학년]엄마는 셋 다 사랑해

11월 어느 날 형제의 난

엄마는 형만 사랑해?


1학년, 어떻게든 첫째의 변화를 꿈꾸던 나는 하교 후 복지관, 센터 등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그러다 보면 저녁노을이 질 때쯤에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7세인 둘째는 멀쩡하다는 이유로 유치원에서 가장 늦게 하원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가 물어봤다.

 

"엄마는 형만 사랑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왜? 왜 그렇게 생각했어?"

"형이랑만 있으려고 나 매일 늦게 데리러 오는 거야?"


아직 어렸던 둘째는 첫째가 발달이 느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첫째랑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 내심 부럽기도 하고, 그 무렵 막내까지 태어나니 늦게 하원을 했어도 집에서도 엄마는 막내 차지였던 것이다.


"엄마는 셋 다 사랑하지"

"근데 왜 형이랑만 다녀"

"형이 아직 배울 것이 많아서 그래"

"나도 엄마랑만 둘이 있고 싶어"


울컥 눈물이 났다.

우리 둘째를 너무 믿으니까 아직 어리다는 것을 잊고 있었구나.

너무 미안했다.



일대일 데이트


"여보, 둘째가 많이 서운한가 봐..."

"뭐가?"

"첫째 하고만 다닌다고 서운해하더라고... 아직 발달센터라는 개념을 잘 모르잖아..."

"아 그렇구나, 그럼 어떡할까?"

"둘째랑 한 달에 한 번은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둘째는 참 서럽다. 

첫째한테 치이고 막내에게 양보하면서 어린 둘째가 얼마나 속상했을까 생각을 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그러면서도 알고는 있었지만 나도 체력이 힘들기에 선뜻 아이와 시간을 보낼 용기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해준 둘째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렇게 표현해주지 않았으면 결국 나쁜 방향으로 터질 가능성이 많았으리라 생각이 된다.


신랑과 상의 끝에 한 달에 한번 둘째와 나는 일대일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날에는 신랑이 첫째와 막내를 봐주기로 했다.


한 달에 한번 둘째와 정말 아침부터 밤까지 온전히 하루 종일 같이 보냈다.

나도 둘째와만 있는 시간이 힐링이었다.

둘째도 그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영원히 그렇게 일대일 데이트를 할 것 만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가 터지고 집에만 있기 시작하면서 일대일 데이트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하기 시작한 요즘 다시 일대일 데이트를 다시 해볼까 하고 물어보았다.


"엄마, 근데 나 이제 그냥 게임하면서 집에 있으면 안 돼? 포트 나이트에서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어 그래? 아니 엄마는 네가 서운할까 봐, 그렇지."

"ㅋㅋㅋ 엄마가 서운한 거 아니고? 난 그냥 집에 있고 싶어"


어느새 아이는 자라서 친구랑 노는 것이 제일 재밌고 신나는 나이가 되었고 무언가를 되게 귀찮아하는 사춘기 소년이 되어 있었다.


정말 다 때가 있나 보다. 

그때 열심히 둘째랑 일대일 데이트를 해서 일까?

아이는 형에 대한 원망, 불평, 편애 등등을 느끼지 않았다.

그 부분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엄마는 매일 미안하기만 하다


셋에게도 집중하지 못한 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첫째에게는 집중해서 치료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둘째에게는 첫째의 치료 때문에 함께해주는 시간이 적어서 미안했다.

셋째에게는 아직 아기인데 어린이집에 오랜 시간 맡기는 것이 미안했다.


나에게도 미안했다.

나를 그저 엄마로서, 아내로서만 정체성을 갖게 한 것이 미안했다.


다행히도 남편에게는 안 미안하다. ㅎㅎ

좋은 파트너로서 든든히 옆을 지켜준 것은 매우 고맙다.





결국 셋에게 모두 잘하려다 보니 번아웃이 올 것만 같았다.

아이의 치료를 멈출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이 내팽개쳐지는 모습도 마음이 짠했다.

사실 내가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도 쉬어야 했다.



느린 아이 먼저 키운 엄마의 멘털 지키기 꿀팁 TOP 3


1. 느린 아이의 형제가 있다면 그리고 아직 어리다면 일대일 데이트를 떠나자


아이가 느리다보면 그리고 아직 어리다 보면 엄마들은 영혼과 체력을 갈아넣어서라도 아이의 기능을 올리기 위해 엄청 애를 쓴다. 센터나 복지관에서 그런 엄마들을 정말 많이 만나보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 였다.

그러다보면 다른아이에게는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아이에게 이해를 바라면서 넘어가는 엄마들을 많이 보았다.

결국 아이는 엄마의 균형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느린아이에게 원망과 불만이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나누어 주자!!

꼭 매일이 아니여도 오롯히 그 아이에게 쏟는 하루면 된다. 

아이는 그 시간을 통해 또 다른 30일을 즐겁게 보낸다.


2. 남편과 대화를 체계적으로 하자


신세한탄식의 대화는 금물!!

해결의 본능이 있는 남편에게 감정을 들어 달라는 것은 너무 고난도의 일이기 때문에 바라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그런 것이 잘 되는 남편은 백명중 한 명 있긴 하다.

혹시 남편이 감정 읽기를 잘하는 분이 아니라면 하지 않기를 바란다.

백프로 역효과가 난다.


남편과 대화를 할 때 각 잡고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 식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수첩에 말할 내용을 정리해서 하는 것도 좋다.


미리 준비한 안건이 남편에게 잘 전달이 되고 수용이 됐다면 남편에게 무한감사를 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다음 안건도 잘 들어준다.


3. 나의 대한 시간을 확보하자


나에 대한 시간 확보는 정말 중요하다. 사실 아이 셋의 육아와 가사노동에 치이다 보면 어느새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금방이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나만 늙어가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

심하게는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은 모두 인정할 것이다.


번아웃이 오기 전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남편과 많은 대화와 상의 후 꼭 한 달에 한번, 그것이 어렵다면 분기별로 라도 꼭 집에서 아주 멀리 떠나 가족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꼭 갖길 바란다.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큰 힘이 되어 가족에게 더욱 행복하게 집중하게 되는 원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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