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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Oct 28. 2022

[초등 1학년] 최대한 멀리 떠나자

 엄마의 멘탈관리가 시작되었다.

여행은 가족여행? 이젠 친구 여행도 가자


리조트를 예약하고 기차를 예매하는 그 순간부터 기분이 좋다.

아직 여행을 간 것도 아닌데 가슴속이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상쾌해진다.

세 아이가 각양각색의 문제로 징징대고 말을 듣지 않고 싸워대도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다.

왜냐면 난 곧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괜히 콧노래가 나온다.

둘째가 신기하듯 물어온다.


"엄마 뭐 신나는 일 있어?"

"그렇지~"

"뭐?"

"엄마 여행 간다~"

"그럼 우리도 같이 가?"

"아니 옆집 이모랑 같이 가"

"여행은 가족끼리 가는 거 아니야?"

"물론 가족 하고도 여행 가는 거지만 친구랑도 가는 여행도 있어."

"나도 따라가면 안 돼?"


이때만 해도 둘째가 7세여서 따라가고 싶었나 보다.

지금은 초등학생 5학년이 되어서 엄마가 없으면 아이들은 자유시간이다.

말 그대로 아이들은 파티 분위기이다. 한술 더 떠서 치킨 시켜주고 가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가 자기들과 여행을 가지 않는다니 세상 슬픈 표정을 하며 바라보았다.


" 엄마 친구랑 여행 다녀와서 우리 가족끼리랑도 여행 가자, 이때까지 엄마는 가족 하고만 여행을 다녔으니 친구랑도 다녀보고 싶어^^"

"네"


아이의 대답은 떨떠름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을 보고 있자니 조금 마음이 흔들렸지만 마음 맞는 친구랑 여행이라니 아이 낳고 거의 처음 있는 여행이었다. 



이 기분 마치 '대한 독립 만세!!"



우리의 첫 여행지는 여수~밤바다~

이유는 우리 동네와 멀어서 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를 수 없는 곳으로 정했다.

여차하면 아이와 남편이 부를 수 없는 곳으로 갔다.

여행을 가기 전날 너무 설레고 떨려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짐가방을 몇 번이고 확인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외국으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꼭 첫 해외여행을 가기 전날 밤처럼 나는 내일 스케줄을 생각해 보았다.

꿈만 같았다.

10년간 주말마다 신랑은 승진 시험공부로 집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아이를 혼자 케어하느라 죽을 뻔했다.

항상 그 부분이 한이 되어 그 부분으로 싸웠는데 여행을 보내주니 눈 녹듯이 억울한 감정이 사르르 녹았다.


다음날 옆 동 친구와 KTX를 탔다. 

점점 우리 동네와 멀어지니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감정들이 해방감을 느끼며 만세를 부르는 것 같다.

"까아악~~"

열차가 덜컹하며 앞으로 나갈 때 친구와 나는 너무 좋아서 학생처럼 발을 구르며 환호성을 냈다. 

웃음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항상 여행을 가면 아이들 사진 찍느라 바빴던 나는 친구와 셀카를 찍느라 바빠졌다.

나에 대해 집중,

나만을 위한 시간,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찰떡같이 알아주는 친구와의 시간은 정말 꿈만 같았다.


사실 그때 여행은 엄청 추운 겨울날이었다.

마치 겨울 바닷바람이 호대게 빰을 때리는듯한 날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고비 풀린 망아지처럼 신이 나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날씨도 막을 수 없는 우리의 자유의 시간을 온전히 즐겼다.

지금도 그때의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다.

모든 표정에서 "만세"가 묻어난다.


가족끼리 왔다면 갈 수 없는 포차도 가고

아이들과 여행을 갔다면 갈 수 없을 스케줄을 하면서 왠지 자유함을 더욱 진하게 느꼈다.

우리는 이날이 인상 깊었기에 이렇게 끝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여행 이후 한 달에 한번 남편도 하루, 아내도 하루 쉬는 날을 공식적으로 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으로 일 년간 많이도 애쓰고 힘들었던 나에게 2박 3일 긴 휴가를 보내 주었다.

누구는 아이들과 아빠만 남기고 떠난 나를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내년을 또 달리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


숨이 쉬지 않을 때까지 달리지 않기로 나에게 다시 한번 약속한다.

이이가 소중한 만큼 나도 소중하니까!

너무 아이의 인생에 나의 감정을 모두 쏟지 않기로 다짐한다.

지나친 감정 소모는 긴 레이스의 방해물!

그래서 그까지 갈 수 있도록 내가 지치지 않도록 다독여 준다.

나도 아이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엄마의 월차가 정착하도록 하는 법


1. 4주 차에 신랑과 가족들과 상의하여 쉬는 날을 같이 정한다.

2. 쉬는 날을 달력에 크게 동그라미 하여 가시화시킨다.

3. 물론 남편도 한 달에 한번 시원하게 놀 수 있도록 쉬는 날을 정한다.

4. 매달 귀찮더라도 나의 시간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5. 월차를 위해 한 달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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