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언어의 역사/데이비드 크리스털

언어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북

by cm

우리는 매일 숨을 쉬듯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하지만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듯이 언어가 도대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끔 맞춤법이 헷갈릴 때나 요즘 아이들의 줄임말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할 때만 언어를 의식하곤 하죠. 오늘 이야기할 책, <언어의 역사>는 이런 언어의 일대기를 따라가 보는 책입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이 쓴 <언어의 역사>는 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말과 글'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책입니다.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인터넷 신조어가 범람하는 현대까지, 언어의 다양한 형태를 마주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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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올바른 언어'가 존재하고, 유행어나 사투리는 언어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습니다. 언어는 박물관에 전시된 화석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끊임없이 꿈틀대고 변모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것이죠. 흔히 교과서에서 배우는 언어의 사회성을 중요하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조차 당시에는 문법 파괴자였으며, 우리가 지금 쓰는 '표준어' 또한 수많은 방언 중 힘센 방언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언어가 변하는 것은 타락이 아니라 '진화'의 증거라고 보는 입장이죠.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의 축약어(예: LOL, 내돈내산)를 보며 어른들은 혀를 차지만,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그것을 언어적 유희이자 창의성의 발현으로 바라봅니다.


이 책은 언어의 탄생과 진화라는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언어의 죽음'이라는 어두운 면도 조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2주에 하나꼴로 언어가 사라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언어라도 마지막 화자가 세상을 떠나면 그 언어가 담고 있던 그들만의 역사, 지혜,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도 영원히 소멸합니다. 언어의 죽음에 대해서 저자는 호소합니다. 우리가 왜 소수 언어와 사투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획일화된 언어 세계가 얼마나 삭막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언어의 역사>는 언어학이라는 딱딱한 학문을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책을 덮고 나면, 무심코 내뱉던 단어 하나, 지하철 옆자리에서 들리는 낯선 사투리, 심지어 스팸 문자의 문구까지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친구인 '언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언어 하나가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우리는 생물 다양성을 걱정하듯, 언어의 다양성 상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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