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결합한 신인류의 탄생
"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었습니다. 진시황도 불로초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흙으로 돌아갔죠. 그런데 만약 그 꿈이 막연한 판타지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기술로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죽음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고장 난 부품을 갈아 끼우듯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바로 공학과 인간의 결합, '트랜스휴먼'의 등장 때문이죠.
오늘 이야기할 책, 과학 저널리스트 이브 헤롤드의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은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자는 나노 기술, 로봇 공학, 유전 공학이 융합되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트랜스휴먼(Transhuman)'의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선언합니다.
이 책이 그리는 미래는 놀랍고도 구체적입니다. 나노 로봇이 우리 혈관을 돌아다니며 암세포를 미리 찾아내 파괴하고, 3D 프린터로 찍어낸 인공 장기가 낡은 심장과 간을 대체합니다. 심지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종하거나 타인과 감정을 직접 공유하는 세상이 온다고 예견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기술과 생물학이 하나로 융합되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합니다. 스마트폰이 이미 우리 뇌의 확장판이 된 것처럼 앞으로는 우리 몸 자체가 기계와 결합하여 질병과 노화를 정복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인간이라는 종(種) 자체의 업그레이드를 얘기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장밋빛 미래에는 서늘한 질문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내 심장이 기계로 바뀌고 내 뇌가 클라우드에 연결되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생각한다면 그때도 나는 여전히 '나'일까요?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진 존재를 우리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윤리적인 문제도 끊이지 않습니다. 만약에 뇌가 이미 죽었지만 기계 심장만 살아서 피를 공급하는 사람의 몸이 있다면 심장의 전원을 꺼야 할까요? 끈다면 그것은 살인이 아닌 것일까요? 이런 윤리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이 책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븐 헤롤드는 기술의 혜택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돈 있는 자들만 영생을 누리게 될지 모를 끔찍한 불평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 책은 단순히 오래 사는 기술을 소개하는 기술서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인간됨'의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철학서의 역할도 가지고 있습니다. 영원한 삶이 축복이 될지, 아니면 멈출 수 없는 저주가 될지는 결국 기술이 아니라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기술과 결합한 신인류의 등장은 진화의 끝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설계하는 새로운 진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