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부처스 크로싱

by cm

도시 속에서 살고 있다 보면 가끔 답답한 도시를 떠나 대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랠프 월도 에머슨이 말한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 영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질 때가 있죠. 그 막연한 환상을 품고 서부로 떠난 한 청년의 이야기가 오늘 얘기할 <부처스 크로싱>입니다.


오늘 서평해볼 책은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가 쓴 또 하나의 걸작, <부처스 크로싱>입니다.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서부극의 낭만을 처참하게 짓밟으며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무심함에 대해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앤드루스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과 차가운 허무를 목격하게 됩니다.

하버드 대학을 중퇴한 주인공 앤드루스는 에머슨의 사상에 심취해 서부의 캔자스, '부처스 크로싱'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전설적인 사냥꾼 밀러를 만나고, 로키산맥 깊은 곳에 숨어서 살고 있다는 거대한 버펄로 떼를 찾아 원정을 떠납니다. 그러나 어디인지도 모르는 여정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앤드루스는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일행들과 버펄로 떼가 산다는 계곡을 찾아 헤맵니다.


고난 끝에 도착한 계곡은 그야말로 낙원 같았습니다. 수천 마리의 버펄로가 검은 강물처럼 흐르는 장관이었죠. 하지만 그곳에서 벌어진 일은 '자연과의 교감'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광기 어린 '학살'이었습니다. 밀러는 필요 이상으로 아니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을 없애버릴 기세로 방아쇠를 당깁니다. 앤드루스가 꿈꿨던 고귀한 자연은 가죽이 벗겨진 붉은 고깃덩어리와 썩어가는 사체 냄새로 뒤덮인 도살장으로 변해버립니다.


이 소설의 압권은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는 과정과 모든 노력에 대한 세상의 냉소적인 반응입니다. 겨울 폭설에 갇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수천 장의 가죽을 싣고 마을로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영웅 환대도 막대한 부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죽였던 버펄로 가죽은 버펄로 코트의 유행이 종료되고, 대체제인 모피들이 등장하면서 가격이 폭락해 휴지 조각이 되어 있었습니다. 거대한 살육과 생존 투쟁, 그 치열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들이 피땀 흘려 잡은 수천 마리의 버펄로 가죽은, 거창한 경제 위기나 전쟁 때문이 아니라 고작 도시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취향' 하나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치 없는 쓰레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부처스 크로싱>은 서부 개척 시대라는 배경을 빌려왔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거대한 은유입니다. 우리가 목숨 걸고 좇는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그리고 대자연은 인간의 사투에 얼마나 무심한지를 잔인할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제가 존 윌리엄스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부처스 크로싱>에서도 여실히 등장합니다. 존 윌리엄스의 문장은 건조하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과 심리는 생생합니다. 또한, 문체가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명료하게 쓰여 있죠. 윌리엄스의 문체를 느끼면서 책을 읽다 보면 낭만이 거세된 진짜 야생의 냄새를 맡게 해 줍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찾으러 온 것이 여기에 없다는 것, 그가 찾으러 온 것은 그 어디에도 없으리라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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