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개소리에 대하여

거짓말과 개소리의 차이에 대하여

by cm

우리는 '개소리(bullshit)'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공허한 연설, 광고의 과장된 문구, 심지어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그럴싸하게 떠드는 우리 자신의 모습에서도 개소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개소리는 그저 '거짓말'의 다른 표현일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오늘 이야기할 책인 프린스턴 대학교의 철학자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날카롭고도 유쾌한 철학적 탐구를 제공합니다. 얇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던 '개소리'의 정확한 정의와 그 위험성을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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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은 '개소리'와 '거짓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밝히는 데 있습니다. 거짓말쟁이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는 그 진실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왜곡하려 하죠. 즉, 그는 진실 여부라는 게임에서 정답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반칙을 저지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개소리쟁이는 다릅니다. 그는 진실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가 하는 말은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신의 목적(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깊은 인상을 주거나, 위기를 모면하는 것)에 부합하는가일 뿐입니다. 그는 진실 여부라는 게임 자체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프랭크퍼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거짓말쟁이는 적어도 거짓보다는 진실이 중요하다는 권위를 인정하지만 개소리쟁이는 진실과 거짓의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목적만 달성하면 진실은 아무 의미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상을 정확히 꿰뚫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그럴듯하게 들리는가'가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때로는 진실을 탐구하려는 노력 자체가 조롱받는 시대가 되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지성주의로 일컫는 주장들이 그러하죠. 이것이 바로 개소리가 만연한 사회의 풍경입니다.


저도 타인을 웃기기 위해서 개소리를 통한 유머를 즐겨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나 스스로가 내 말의 진실성을 깎아먹는 건가?"라는 의문을 줍니다. 이렇듯 <개소리에 대하여>는 우리가 왜 진실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무의식 중에 얼마나 많은 개소리를 내뱉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거짓말쟁이와 마찬가지로 개소리를 하는 사람도 실상을 속이려 한다. 하지만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안다고 생각하기에 진실로부터 눈을 떼지 못한다. 반면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진실이 무엇인지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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