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어떻게 최고의 비즈니스가 되었나
우리는 흔히 미술을 고상하고 순수한 것, 돈을 세속적인 것이라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미술관에 걸린 명화 앞에서 가격을 떠올리면 왠지 속물이 된 것 같죠. 오늘날, 현대 미술에는 자본이 빠질 수 없습니다. 화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전시회를 열기 위해 필요한 것, 자기를 어필하는데 필요한 것. 모두 자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인류의 위대한 미술사 전체가 사실은 '부(富)의 역사' 그 자체라면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할 책, 니시오카 후미히코의 <부의 미술관>은 불편한 진실, 즉 예술과 돈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파헤치는 책입니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미술은 비즈니스 그 자체"라고 단언하며 명화 속에 숨겨진 경제 원리와 자본의 흐름을 명쾌하게 해설합니다.
<부의 미술관>에 따르면 르네상스의 위대한 미술가들은 메디치 가문 같은 '큰손' 후원자(패트론)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미술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을 넘어서 가문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 수단이자 '브랜딩' 전략이었습니다. 화가들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작품을 생산하는 장인이었고, 그들의 작품 가격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로 이어집니다. 이 시대 네덜란드에서 종교화나 귀족의 초상화가 아닌,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그린 정물화와 풍경화가 유행한 이유를 이 책은 설명합니다. 바로 교역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중산층'이라는 새로운 고객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술은 이제 교회를 장식하는 성물이 아니며 우리 주변의 것을 묘하여 집 거실에 걸어두는 '상품'이 된 것입니다.
저자는 고전 미술에서만 미술과 부의 연관성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미술사를 종횡무진하며 현대 비즈니스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냅니다. 르네상스 패트론의 후원에서 현대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을, 인상파 화가들의 그룹 전시에서 '스타트업의 혁신'을, 앤디 워홀의 대량생산에서 '미디어 전략'을 읽어냅니다. 결국 예술의 역사를 따라가는 것이 곧 '자본주의가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흥미로운 지름길이라는 것이죠.
미술과 미술사의 세계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이 책은 이 흥미로운 세계를 감상하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감상을 넘어, 그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치열한 돈의 흐름과 시대의 욕망을 읽을 수 있게 해줍니다.
"위대한 예술은 당대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과 만났을 때 탄생했다. 예술가를 이해하는 것은 곧 그 시대의 부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