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다락
스마트폰 카메라의 뷰티 필터, SNS에 올라오는 완벽하게 보정된 사진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답고, 조금 더 젊어 보이고 싶어 합니다. 실제로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나는 영원히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합니다. 대신 나의 늙고 추악한 모습은 다락방의 그림이 대신 가져갑니다. 당신은 이 달콤하고도 위험한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
오늘 이야기할 책,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은 바로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영혼의 타락을 탐미적으로 그려낸 걸작입니다.
이야기는 눈부신 미모를 가진 순수한 청년 도리언 그레이가 화가 바질, 그리고 쾌락주의자 헨리 경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바질이 도리언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동안 헨리는 도리언에게 미모는 언젠가 빛을 잃고 추해진다고 비꼽니다. 헨리의 말에 충격을 받은 도리언은 자신의 완벽한 초상화를 본 순간, 운명적인 소원을 빕니다. "나는 영원히 젊게 남고, 차라리 저 그림이 늙어갔으면!"
놀랍게도 소원은 이루어집니다. 도리언은 쾌락과 방탕에 빠져들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죄를 저지릅니다. 특히 자신이 결혼하고자 했던 시빌 베인에게 큰 상처를 줍니다. 그리고 그날 밤. 도리언은 끔찍하게 변한 자신의 초상화를 보게 됩니다. 도리언은 초상화가 있는 방을 잠가서 아무도 자신의 추악한 모습이 담긴 초상화를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지만 세월도, 죄악도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합니다. 대신 다락방에 숨겨둔 초상화만이 그가 저지른 모든 죄와 추함을 흡수하여 날이 갈수록 흉측하고 기괴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긴 세월 동안 추악해진 자신의 초상화를 본 도리언은 초상화를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초상화를 없애버리자 그곳에 남은 도리언은 늙고 추악한 모습일 뿐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19세기말, "예술은 도덕적 교훈을 줄 필요가 없으며, 오직 아름다움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는 '유미주의(Aestheticism)'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의 삶을 통해 아름다움이 권력이 되는 세상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도리언의 타락한 행실을 소문으로 들으면서도, 그의 천사 같은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모든 의심을 거두어 버립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소설은 가장 도덕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육체는 아름답게 남았을지언정, 썩어 문드러진 초상화를 견디지 못한 도리언은 결국 파멸을 맞이하니까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얘기하는 젊음과 미는 단순히 그 단어 자체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마음속 다락방에 숨겨둔 '초상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번듯해 보이는 우리의 삶 이면에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욕망과 이기심으로 일그러진 또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을지 모릅니다.
화려한 문체와 위트 있는 대사, 그리고 서늘한 공포가 이 책에는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 서늘함과 결말의 찜찜함을 가지고 내 안의 다락방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가 보기에 인간은 무수한 삶과 감각을 지닌 존재였고, 내면에 낯선 사상과 열정의 유산을 품고 살아가는 복잡하고 다중적인 생명체이자 망자들이 물려준 무시무시한 질병에 오염된 육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