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한가
오늘 서평해볼 책은 폴 블룸의 <선악의 기원>입니다. 이 책은 오랜만에 나가는 독서모임에서 읽게된 책입니다. 제목이 꽤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가독성도 좋고 해서 금방 술술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선악의 기원>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폴 블룸의 『선악의 기원』은 인간 본성의 가장 오래된 질문—“우리는 선하게 태어났는가, 아니면 악하게 태어났는가”—에 답하기 위해 아기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시작하는 책입니다. 블룸은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답게, 단순한 철학적 논쟁을 넘어서 다양한 실험과 연구 결과를 통해 도덕성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탐구합니다.
책은 영유아들이 선과 악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그리고 그 도덕적 감각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예를 들어 생후 3개월 된 아기들도 누군가를 돕는 사람을 더 선호하고, 못된 행동을 하는 인형에게는 거부감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를 이 책에서 설명해주고 있죠. 이처럼 블룸은 도덕성의 씨앗이 이미 인간 안에 심어져 있으며, 공감, 동정심, 정의에 대한 감각이 태어날 때부터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팔과 다리처럼, 도덕감각도 인간이 타고나는 본능의 일부라는 설명이죠.
하지만 <선악의 기원>은 단순히 ‘선함’만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블룸은 인간이 선과 악 모두를 내재하고 있으며 성장 과정에서 환경,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요소가 도덕적 판단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함께 짚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성선설”과 “성악설”이라는 예전의 논쟁을 뛰어넘죠. 인간은 처음에는 ‘무’에 가까운 상태지만 내면에 선과 악 모두를 가지고 태어나며, 후천적 경험이 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해 나갑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도덕성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과 사례를 통해, 어른의 복잡한 도덕 심리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는 점입니다. 블룸은 홉스, 애덤 스미스, 제퍼슨 등 과거 사상가들의 통찰을 바탕으로, 인간 도덕성의 뿌리와 진화 과정을 해부합니다. 그리고 장기 기증, 염산 테러, 홀로코스트 같은 극단적 사례부터 일상의 친절과 잔인함까지, 인간 도덕성의 스펙트럼을 낱낱이 들여다봅니다.
<선악의 기원>을 읽다 보면 우리는 왜 누군가의 이타적 행동에 감동하고, 또 누군가의 잔인함에 분노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블룸은 도덕감각이 타고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에게는 이 씨앗을 성숙한 도덕적 존재로 키워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얘기하죠. 결국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단순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어떻게 더 나은 도덕적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 사회,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선악의 기원>은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지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도덕감각은 팔다리처럼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