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by cm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게 무슨 책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책이 있습니다. 내용 구성이 엉망이라거나, 책에 주제가 없다거나 하는 경우들이죠. 그런데 가끔은 잘 쓴 책인데도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가는 책이 있습니다. 이번에 얘기해 볼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그런 책입니다. 어떤 내용을 얘기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생물학자의 삶을 따라가면서 시작합니다. 바로 19세기 미국의 저명한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죠. 그는 한평생 다양한 물고기들을 조사하러 다니면 많은 이름을 명명합니다. 지진과 화재로 평생 모은 표본들이 잿더미가 되는 재앙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물고기의 이름을 붙이면서 나아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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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끈기와 열정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과 열정을 자신에게 투영시킵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 사용하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고민하죠. 여기까지만 보면 이 책은 위인전 또는 일종의 에세이입니다. 별로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책의 시작은 지금부터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저자는 조던의 완벽해 보이는 삶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합니다. 생물학적 질서를 세우려는 그의 집념이 사실은 생명의 등급을 매기고, 그것들을 나누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의 과학적 신념이 인류에게 어떤 끔찍한 비극을 낳았는지 알게 되는 순간, 존경심은 충격과 혼란으로 뒤바뀌고 말죠. 그래서 조던의 집념이 어떤 비극을 만들었냐고요? 그건 너무나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읽어보시면서 충격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이 책의 제목이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책 제목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저자가 얘기하고 싶었다고 생각하는 바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서 써봅니다. 룰루 밀러는 자연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쉽게 나뉘지 않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인간의 편의대로 자연을 묶어놓은 허술한 카테고리들이 인간의 과학입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세우려 했던 질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것은 자연의 본모습이 아닌, 자신의 신념을 투영한 인위적인 위계질서였습니다.


이 책은 결국 우리가 세상에 멋대로 그어놓은 수많은 경계선과 분류법이 얼마나 허상인지를 폭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어떤 종류의 책이다'라고 분류를 하기 힘들게 써진 것이고요. 그리고 끝내 삶의 혼돈을 긍정하고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자기 성찰로 마무리하는 것이 이 책입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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