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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 수록 더 좋다는, 아빠의 붓글씨

한 글자 한 글자, 새겨진 마음

by 하루다독

내가 어린이 일 때도

아빠는 취미로 늘 붓글씨를 쓰셨다.

그리고 여전히

방 한쪽에도, 밭 옆에 작은 창고 안에도

붓글씨 쓰는 공간이 있다.


아이아버지 화선지를 탐내며

먹을 듬뿍 묻혀 아무렇게나 그림을 그린다.


아빠는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잘 그렸네. 마음이 담겼어."


문득 나는 처음으로 궁금했다.

"아빠, 붓글씨는 왜 쓰는 거야?"


아빠가 잠시 붓끝을 멈추며 말했다.

"마음을 수행하는 거지.

붓글씨는 한 번 그은 획은 지울 수 없거든.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고,

한 글자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돼.


나이 들수록 더 좋아지네.

조급한 마음이 많을수록

붓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거든.

그래서 붓글씨를 쓰다 보면

자연히 마음이 차분해져."


아빠의 붓을 그저 '습관'이라 여겼는데,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바르게 표현하는 과정.


이제 나도, 아빠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나만의 획을

천천히 그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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