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엄마의 사랑이 끓는다
엄마 아빠는
농사를 지으셔서 그런지
땡볕과 더위에 익숙하셨다.
집에 들어오면 샤워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시고,
여름에도 선풍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평생 에어컨 없이 살아오셨다.
아이를 낳고
도시 생활에 익숙한 우리는
맞지 않는 온도에
편히 놀거나 쉬기가 힘들었다.
에어컨을 설치해 드렸지만
우리 가족이 올 때만 가동되는 그 에어컨은
구석에 놓여 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기름보일러가 집안을 따듯하게 데운다.
할머니가 된 엄마는
손녀 오는 소식에
따듯한 온돌방으로
그 기다림을 준비하신다
아이와 놀다 보면,
나는 슬쩍 보일러를 끈다.
그러다가 이상하게 덥다 싶으면
돌아가는 보일러가 눈에 들어온다.
"엄마, 보일러 좀 그만 켜요. 너무 더워."
" 아이는 추워. 그리고 손발 시려우면 감기 걸려."
나는 끄고, 엄마는 켜고.
또 끄고 켜고.
손녀를 위해 엄마는
수시로 불을 지핀다.
어릴 적, 할머니의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군 불을 때던 모습처럼,
엄마는 새벽녘에도 보일러를 살핀다.
그 온도 차 속엔 언제나
엄마의 사랑이 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