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아빠가 염색을 멈춘 날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by 하루다독

나는 엄마 흰머리를 한 올에

10원을 받고 뽑아주곤 했다.

손바닥 위에 동전이 쌓일수록

문방구에서 반짝이 스티거를

살 생각에 들떴다.


그때마다 엄마도 웃으셨다.

내가 즐거워하는 그 순간을

같이 기뻐해주듯이.


그 순간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언젠가 나도 아이에게

똑같은 부탁을 하게 될까.


내가 성인이 된 뒤에도

엄마 아빠는 염색을 자주 하시진 않았지만,

때가 되면 하셨다.


그리고 그 염색은

내 결혼식을 끝으로 멈추셨다.


"엄마, 아빠 이제 염색 안 해?"


"아, 이제 안 하려고.

염색하는 속도보다 흰머리가 더 빨리 나네.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살련다.

동생 장가가면 그때나 한 번 더 하고."


그 말이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흔 엄마의 머리카락은

대부분 흰빛으로 번져 있었지만,

그 모습이 참 단정하고 예뻐 보였다.


시간을 거스르기보다

그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안한 얼굴.

흰머리에서 느껴지는 세월이

고요히 빛나보였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6화나이 들 수록 더 좋다는, 아빠의 붓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