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나는 엄마 흰머리를 한 올에
10원을 받고 뽑아주곤 했다.
손바닥 위에 동전이 쌓일수록
문방구에서 반짝이 스티거를
살 생각에 들떴다.
그때마다 엄마도 웃으셨다.
내가 즐거워하는 그 순간을
같이 기뻐해주듯이.
그 순간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언젠가 나도 아이에게
똑같은 부탁을 하게 될까.
내가 성인이 된 뒤에도
엄마 아빠는 염색을 자주 하시진 않았지만,
때가 되면 하셨다.
그리고 그 염색은
내 결혼식을 끝으로 멈추셨다.
"엄마, 아빠랑 이제 염색 안 해?"
"맞아, 이제 안 하려고.
염색하는 속도보다 흰머리가 더 빨리 나네.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살련다.
동생 장가가면 그때나 한 번 더 하고."
그 말이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흔 엄마의 머리카락은
대부분 흰빛으로 번져 있었지만,
그 모습이 참 단정하고 예뻐 보였다.
시간을 거스르기보다
그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안한 얼굴.
흰머리에서 느껴지는 세월이
고요히 빛나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