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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수건은 언제나 뻣뻣해 [냄새 민감도]

향에 민감한 엄마

by 하루다독

어렸을 적 엄마는

속옷이나 수건 같은 빨래를

삶아 소독한 뒤 세탁기를 돌리셨다.

나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워보니

가재수건이나 젖병 열탕 소독 말고는

굳이 직접 삶을 일이 없는 걸 알았다.


여전히 엄마는 가끔씩

속옷과 수건을 끓는 물에 넣어 소독하신다.

그 수건은 유난히 더 뻣뻣하게 마른다.


어느 날 아이가 묻는다.

"엄마, 왜 할머니집 수건은 딱딱해?"


나도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세탁기로 헹굴 때 섬유유연제 좀 넣지... 뻣뻣해."


그러나 엄마는

"인공적인 새가 머리가 아" 하고 얼굴을 찡그리셨다.


"엄마, 무향도 있던데 사다 줄까?"


"헹구고도 제성분 남아있는 게

영 찝찝하고, 몸이 이상하게 불편해서 안 하련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예전부터

중요한 날 아니면 화장도 하지 않으셨다.

향수를 뿌리는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섬유유연제 향이

진하게 퍼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향수를 갖고 있지만 잘 쓰지 못한다.


'인공적인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 정말 많을까?'


관련 다큐를 찾아보니,

그 민감한 정도는 람마다 달랐지만,

어떤 사람은 인쇄된 잉크 냄새가 힘들어

책을 유리장 안에 넣고, 장갑 낀 손으로

그 안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며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가 이토록 향을 멀리하는 이유'를

자세히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작은지식>

Q : 사람마다 향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이유는?

-후각 + 뇌 신경계의 예민도 때문이라고 한다.

인공 향료(섬유유연제·향수·세제 등)는 일부에게 두통, 메스꺼움, 피로감을 유발하는데 이는 '화학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설명된다.


향은 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뇌의 편도체(감정)·시상하부(신체 반응)에

직접 닿으면서 신경계를 자극해 '불편함'을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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