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찌게
아침찌게를 끓인다.
'보글보글' 흔한 의성어가 똑박똑박 들려온다.
멍하게 앉아있다.
버스정류장에 준비된 승객처럼
기다리는 마음이다.
찌게가 되기를 기다리듯,
찌게 주인이 일어나길 기다리듯,
신데렐라의 12시,
부엌데기에서 풀려날 시간을 기다리듯
아님 흘러갈 시간을 기다리듯
마냥 멍하게 기다리는척 앉아있다.
파도 넣고 마늘도 넣고
냄비 뚜껑을 닫는다.
하루는 찌게처럼 텅빈 웅덩이로부터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떠 0에서 출발한
나는
한 발 한 발 또는 한 말 한 말
디디고 뱉으며
호박, 두부를 넣듯 하루를 쌓아간다.
나의 하루는 소박하다.
그러나 정신없다.
내 나이 또래는 연로한 부모님의 손발이 되어야 하고 장성한 아이들의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
소박하나 쉴새없다.
까만 냄비는 자신과 동떨어진 이질적인 것들을 담아 열에 그을려 맛을 내고 상위에 올려져 냄비의 자태로 품은 음식으로 의미를 다한다. 그러곤 깨끗하게 씻겨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처럼 나의 하루라는 시간은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살기 버겁다.
부엌데기, 청소업체, 간병인, 상담사 등 다양한 직업이 가정 안에서 이뤄진다.
이젠 척척해내는 나이가 되었고 말이다.
그 후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나의 일을 하고 퇴근이라는 것으로 다시 귀가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의 본연의 냄비는
하루를 산 시간의 의미로 정의된다.
쉼없이 재빠르게 살고 있고
시간을 쪼게가며 살고 있고
그렇게 수직선을 달리면
24 지점에서 뚜껑이 덮이고
리셋을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아침 찌게를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