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봄날의 밤이었다.
빗소리를 벗 삼아 곁들인 한 잔, 두 잔에 얼굴이 붉어졌다.
붉어진 얼굴의 온도를 내리기 위해 찬 바람을 맞았다.
그리곤 당신에게 무작정 전화를 건다.
혹여 받지 않을까 살짝의 두려움을 안은 채로.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내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릴 거야?"
당신은, 내 질문에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기다린다 말한다.
나는 반복해서 같은 말을 한다.
좀 더 강하게 전하고 싶은 무엇인가 있었나 보다.
"정말, 날 기다릴 거야? 꼭 기다려야 돼."
당신은, 반복되는 나의 문장에도 흔들림이 없다.
언제나처럼 기다리겠다고 한다.
난 다시 한번 묻는다.
"내가 다시 가면, 날 반겨줄 거야? 그냥 기다리는 거 말고, 반겨줄 거야?"
조금 바보 같은 내 질문에 당신은 다시 한번 대답한다.
"한 번도 반기지 않은 적이 없어. 늘 반겼어."
아, 늘 나를 반겼다는 당신의 말에 내일을 버틸 힘이 생겼다.
당신이 날 기다리니, 날 반겨주니 나는 반드시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