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열나는 거 같아. 재어보니 37도 4부야. 학교에서 타이레놀 먹었더니 좀 나아." 아들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학교마다 독감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독감을 배제할 수 없었기에 덜컥 겁부터 났다. 다행히 고열이 아니라서 주사와 약만 처방받았다.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나도 모르게 겁쟁이가 되곤 한다.
오늘 고등학교 입시설명회가 있어서 아들과 함께 참석하려 했지만 아들의 컨디션 난조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시설명회 참석을 포기하기로 했다.
삶은 계획대로 이루어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 그럼에도 그 상황에 맞추어 살아가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삶의 묘미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아픈 바람에 입시설명회는 불참했지만 집에 와 가족들의 저녁을 챙기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하게 된다.
종교적으로 들여다보면 늘 나에게 좋은 것만 주시려는 그분의 뜻으로 믿고 싶어 진다. 피로가 누적된 지금, 엎드려 글을 써 내려가는 것조차 쉼 같아 행복하다. 다행히 아들도 열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내 첫 아이는 나에게 늘 처음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입시설명회도 나에겐 처음 있는 일이다. 어찌 보면 의미 있는 행사라 여길수도 있지만 참석을 못해 속상해하고 궁금해하느라 투덜댔다면 나의 저녁은 엉망이 되었을 거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평화롭고 여유롭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 불만도, 염려도, 걱정도 없이 평온한 상태로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무슨 일이든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내 감정의 주인이 되어 보다 나은 선택을 함에 따라 내 삶은 다른 모습으로 남겨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