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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Nov 02. 2023

엄마가 그리울 때 난 이걸 만든다

가까이 살지만 엄마를 자주 볼 수 없다.
일을 시작한 뒤로는 더더욱.
바느질사업을 할 때는 일에 매진하라고 권하는 엄마이야기를 너무 곧이곧대로 잘 들어서, 병원에 근무하게 된 후로는 시간에 메이다 보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이래저래 엄마를 마주할 시간이 없다. 이런 불효녀가 있나 싶을 정도로 미안하고 죄송하다.

요 근래 엄마를 떠오르게 하는 것들과 자주 마주했다.
생대추를 비롯해 참외나 감을 보면 엄마생각이 유독 난다.
'우리 엄마가 정말 좋아하는데'

오늘은 장날이었다.

난전에 깔려있는 소쿠리 안은 연둣빛, 붉은빛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맛깔스럽게 앉아있는 굵은 대추들이 엄마를 더욱 그립게 했다.
사더라도 갖다 줄 수 없으니 아쉬움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런 날이면 집에 와 달걀 4~5개를 큰 국그릇에 풀어 계란말이를 한다.
보통 계란말이가 아니다.
김을 품은 계란말이다.




국민학교시절, 엄마가 해주던 계란말이는 나에게 특별했다. 노란 옷만 입고 있는 계란말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일반 계란말이모양과도 달랐고 속은 더더욱 달랐다.
먹을 때마다 신기해서 어떻게 만드는 거냐며 매번 물었던 기억도 난다.
김이 들어가서  그런지 맛도 모양도 특별했다.






아들이 계란말이를 부탁하는 아침이면 늘 엄마생각이 났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계란말이에 뭐라도 넣으려 하면 아들은 질색팔색을 했다.
그 덕에 엄마가 해주던 계란말이는 항상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그러던 오늘 아침.
엄마와 문자를 주고받은 어젯밤 기억 때문인지 엄마생각이 유독 많이 났다.
나도 모르게 계란을 집어 들고 계란 5개를 깨트려 계란물을 만들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물을 부었다. 반쯤 익어갈 때쯤 김을 얹고 계란이 익어 감에 따라 돌돌 말아줬다.




다 익힌 후가 걱정이었다.
네모난 계란말이를 위해 김밥발까지 꺼냈다.
김밥 말듯이 말아 네모를 만들게 각을 잡아주었다.

똑같진 않았지만 비슷하게 흉내를 냈다.
이쁜 모양을 한 계란말이는 아이들을 주려고 이쁘게 담아두고 나는 꼭지 부분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계란말이  한입에 엄마를 추억하고 그 시절을 추억했다.
계란말이를 먹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보았다.

엄마의 손길을 누린듯한 계란말이 덕분에 그리움도 아쉬움도 잠재울 수 있었다.
조만간 엄마가 해주는 계란말이를 먹으러 친정으로 가야겠다.
뭐니 뭐니 해도 엄마밥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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