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립도서관에서 배우기로 한 '수채화캘리그래피' 수업이 있는 첫날이기도 하고, 아침회동이 약속되어 있던 터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아이 둘을 등교시켜 주고 오늘 만나기로 한 지인의 천연아로마공방으로 향했다. 수프와 빵을 준비해 주신대서 배부를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공방옆 골목에 도착했다. 서둘러 분칠만 하고 차에서 내렸다. 응팔 드라마에서 나오는 쌍문동 골목에 친구들이 제각기 다른 골목에서 나와 만나져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연상되듯이 만나기로 한 언니들과 나는 제각기 다른 골목에서 약속이나 한 듯 그렇게 만났다. 잠시지만 응팔의 주인공이 되었다.
공방으로 들어갔더니 한 분이 더 오시기로 했대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분이 오셨다. 나의 글에서 한번 등장했던 분이시다.
'신과 나눈 이야기' 책을 빌려가신 선생님이신데 두 손 가득히 무언가를 들고 오셨다.
아침 모임이 있다고 들으셨다며 가방 안은 무언가가 한가득이다. 그릇을 하나씩 꺼내어 펼칠 때마다 감동의 도가니였다.
그릇 안엔 이쁘게 썰어진 딸기와 토마토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우리 동네 부근 한과를 파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에서 사 오신 건강한 빵, 직접 내려오신 커피와 계피향이 나는 약차까지 풍성했다.
중학생 학부모가 된 우리 3명의 엄마들을 축하해 주셨고 그때부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수프를 사 오려했던 언니는 하나밖에 없다는 소리에 수프를 포기하고 비건빵과 과일을 박스채로 준비하셨다. 역시 큰손 우리 언니, 먹는 거에 진심인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단연 아이들 이야기가 가장 많았고 음식을 준비해 오신 선생님께서는 아이들 건강에 관련된 이야기와 음식이야기로 우리의 귀를 쫑긋하게 해 주셨다.
그다지 뚱뚱하지도 않은 중학교입학생인 우리 아이들이 다이어트에 빠진 이야기를 했더니 영양 가득하고 만들기 쉽고 맛도 좋다는 두부요리를 가르쳐주셨다. 연입밥 가게를 운영하셨던 적이 있으신 분이었고 손맛도 좋으신 분이라 하시는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며 듣기 시작했다.
"두부를 사서 면포에 넣고 물기를 꼭 짜주고 뭉개진 두부를 프라이팬에 넣고 보슬보슬하게 저어가며 물기를 제거시켜 줘요. 거기에 소금, 참기름을 넣고 평소에 아이가 잘 먹는 채소 있잖아. 브로콜리 같은 거 잘게 썰어서 같이 볶아줘, 그리고 미니파프리카 작은 거 있잖아요, 위에 윗동을 자르고 씨를 다 파내, 그리고 두부 볶아둔 걸 넣고 반으로 잘라서 줘봐요. 그럼 잘 먹을 거야."
설명을 어찌나 잘해주시던지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오늘 집에 들어갈 때 두부와 파프리카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사전에 이야기된 적 없던 선물들이 오고 갔다. 지인선생님께서는 읽었던 책이지만 나에게 주고 싶었다며 이해인수녀님의 시집을 선물해 주셨고 공방언니는 되살림 바느질을 하러 가기 위해 뜯어진 앞치마를 찾고 정리하다가 작아진 앞치마를 커피숍하는 옆의 언니에게 2장을 건네주었다. 나는 집에서 준비해 갔던 공방언니딸에게 줄 몇 가지 자잘한 것들과 한복을 즐겨 입는 언니를 위해 만들었던 버선브로치를 선물해 드렸다.
"우리 완전 아나바다 하네, 너무 좋다."
그러려고 한건 아닌데 죽어있던 물건들에게 숨을 선물하며 쓸모 있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하게 된 것 같아 서로가 감격했다.
나에게는 그다지 쓸모없던 것들을, 의도치는 않았지만 나누게 되고 쓸모를 부여했다는 것에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해졌다.
오전은 수채화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오후는 제로웨이스트숍에 가서 되살림 바느질을 배우러 간다. 바느질에도 배울게 끝이 없다. 단순한 것 같지만 계속 발전되어 간다니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봄햇살 같은 포근한 온기로 아침시간을 따뜻하게 채우고 나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구나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서로를 생각하며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 먹어주는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 함께 나누는 시간들,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애틋하다.
험하고 각박한 세상이지만 선물 같은 지인들에게 더 잘하고, 더 베풀며 살아야겠다 마음을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