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불이 켜지면 너는 온다
우리만 아는 입구를 가진 우주를 이고
자두 같은 말들을 굴리며 온다, 상큼한
계절이 상쾌하게 굴러가다 터지는 소리로
온다, 여기는 오토바이 경적마저 신비한 나라
온갖 음악이 심장에 속내를 내주는 시간
그래 이 저녁, 하여 태평양을 건너
너는 초록불로 온다
빌딩과 빌딩은 침착한 간격을 다짐하고
초록을 한 걸음씩 꺼트리는 걸음을 허락한다
앞태가 예쁜 차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목청이 좋은 가로수가 팡파르를 준비한다
연습된 걸음이구나, 백만 번 다녀간 꿈처럼
찰나의 찰나의 찰나까지 반복하는 영사기
이제 오래된 천국을 열어젖히렴
그리하여 온다, 예배당 맨 앞자리를 어지럽히던
통성기도에 살던 안색을 보고 싶어
안의 색을 보고 싶어, 무지개색 마카롱과
에스프레소, 둘 중 하나이지만
하나 중 하나를 택해줘
9월 16일 이후 먼 산부터 가로수까지
급격히 초록을 소진했다, 한 소절만
허락하는 악보에서 뱅글뱅글 돌다가
개미 한 마리 사거리에서 죽었다고 한다
일상다반사란 말로 사사로이 잊혔다고 한다
물질적인 시가 높이 쌓은 마음을 쑤셔댔다고 한다
간절곶 파도로 때려 박히던 몇 번의 여름
둥그러지지 않고 흘러가지도 않는 바위에 대해
나만 모르는 출구를 끝내 숨긴 우주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