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도에게
아빠는 너희가 너희의 정체성을 잘 확립했으면 좋겠어. 외부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기보다, 스스로의 기준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어.
세상의 기준, 예를 들어 사람들의 인정, 부의 정도, 영향력의 크기, 등등. 이런 것을 무시하며 살 순 없단다. 삶을 살아가는 데 때로 필요한 것들이야. 자기 목구멍에 음식을 들어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상향을 바라보는 것 또한 바른 삶이라고 하긴 어려워. 세상과 격리되어 사는 수도승이라면 모를까. 사람들과 부대끼고, 같이 호흡하며 살기 위해서 이런 세상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해.
근데, 이런 건 너희 목적이 될 수 없어. 부자가 되면 뭐 할 건데? 세상에서 인정받으면 뭐 할 건데? 세상의 기준으로 목표를 이루고 나면 공허함이 찾아오거나, 반대로 경쟁의 물결에 휩싸여 좀 더 많은 부, 좀 더 큰 인정을 찾을 수 밖에 없단다.
성공의 최고점에서 실족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대부분 세상의 기준으로 성공을 이룬 뒤,
그다음엔 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을 때가 많아.
너희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가졌으면 해.
아빠는 너희가 성공을 위해서 노력했으면 해. 하지만 그 성공을 도구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으면 해.
그 답을 찾는 건 물론 어렵단다. 아빠도 아직 다 못 찾은 것 같아. 아니,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조그만 성공을 이뤄보니 아직도 고민하고 있단 생각이 드네.
그래도 방향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 아빠는 돈 버는 건 재밌지만, 부자가 되는 게 즐겁진 않아. 인정받는 것은 기분이 좋지만, 사람들이 너무 칭찬해주면 불편해.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면 신나지만, 무섭기도 해.
결국 돈, 명예, 권력. 이런 것들은 모두 내가 이루고 싶은, 이루어야 할 것들의 편리한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근데, 아빠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 걸까?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