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훈 Jan 15. 2024

101. 공익제보

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는 연수원장에게 받은 자료를 일일이 매매거래가 이뤄진 날의 주가 움직임과 비교해 봤다

하나 같이 매매전표의 매수가 이뤄진 뒤에 호재성 공시나 뉴스가 나와서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매매전표 사진 한장 한장을 주가 챠트와 비교하면서 점점 더 선행매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게 되었다

연수원장이 대한증권사 말고 다른 증권사에도 이런 매매전표를 사진 찍어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에 대한 조직적인 불공정 매매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적대적 M&A 공격자인 금산측에 의해 한국태양광주주연합회라는 개인투자자들을 동원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단기차익을 실현하며 계속 주식수를 늘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자료를 정리하고 문세상 기자에게 저녁 식사나 같이 하자고 카톡을 했다

평소 365일 약속이 있어 쉽게 벙개를 하기 어려운 문세상 기자에게 무슨 날인지 오늘 저녁은 시간이 괜찮다는 카톡이 왔다

지난 번에 문세상 기자가 구로에 왔으니 이번에는 김태산 대리가 여의도로 갈 차례였다

문세상 기자는 평소에 증권거래소 기자실에 있기 때문에 여의도로 저녁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편했다

오후 6시 30분에 여의도 삼겹살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자료도 넘겨주고 해서 일찍 예약을 하고 방으로 예약을 잡아 문세상 기자에게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연수원장에게는 오늘 기자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고 조금 일찍 나가보겠다고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연수원장이 준 USB를 꺼내 연수원장실로 갔다

"원장님 USB 반납하러 왔습나다"김태산 대리는 USB를 연수원장 책상에 내려 놓았다

연수원장은 무슨 엑셀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자료를 내리고 김태산 대리를 돌아 봤다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나?"연수원장이 물었다

"아까 말씀드린데로 아는 기자분께 제보를 하기로 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연수원장이 물었다

"예 제가 본사 IPO팀에 있을 때부터 가까이 지내던 분입니다"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그래요 조심해서 잘 만나구"연수원장이 말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오늘 조금 일찍 나가 보겠습니다. 오후 6시 30분 여의도 저녁 약속이라 정시퇴근하면 좀 늦을 것 같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양해를 구했다

"알았어요. 혹시 모르니 현금 쓰고 오늘 같은 날은 카드를 쓰면 동선이 노출되어 곤란해 질 수 있어요"연수원장이 조언해 주었다

"아 그렇군요. 그건 생각을 못했네요. 잘 알겠습니다"김태산 대리는 버스정류장 가는 길에 ATM에서 현찰을 좀 찾아가야겠다 생각했다. 김태산 대리가 연수원장에게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PC에 저장한 연수원장의 자료들을 다른 개인USB에 담아서 출력한 몇장의 사진들과 함께 서류봉투에 담았다

오후 5시 30분 김태산 대리는 오송미 사원에게 연수원장께는 미리 말씀드렸다고 말하고 외근을 핑계 삼아 일찍 연수원을 나섰다

여의도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은행ATM에 들려 현찰을 좀 찾아서 갔다

아직 이른 퇴근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히지는 않았지만 워낙 좁은 도로라 항상 차가 막히는 편이었다

버스는 정류장을 거칠 때마다 사람들을 많이 태워 점점 만원이 되어 갔는데 주변에 외근을 나왔다가 여의도 회사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태산 대리는 문득 예전 입사 초기에 인사팀 선배에게 들은 소리가 생각이 났는데 "여의도에 국회의사당과 증권회사들을 모아 놓은 이유를 아느가?"라는 질문에 선배가 자문자답을 했는데 "정치인과 증권맨은 여의도만 벗어나면 사고를 치기 때문에 섬에 가둬두고 나라에서 관리한다"는 답이었다

지금 이 버스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동여의도의 증권맨들이고 서여의도의 정치인들로 여의도 밖에서 무슨 사고를 치고 다시 원대복귀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30여분을 달려 여의도에 도착했다

우루루 내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김태산 대리도 내려 약속한 삼겹살 집으로 향했다

삼겹살집에 도착하니 초저녁인데도 벌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워낙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 일찍 오거나 아예 늦은 시간에 찾아야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안면있는 주인장과 눈인사를 하고 안쪽 방을 안내 받아 들어가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문세상 기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잘 지냈어"문세상 기자가 인사했다

"잘 지내셨어요"김태산 대릭 방갑게 맞아주며 자리에 앉았다

"여기 유명한 맛집인데 어떻게 방을 잡았네?"문세상 기자가 물었다

"여기 IPO팀에 있을 때부터 부서 회식으로 자주 와서 사장님하고 친해요"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이때 일하시는 분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나간다

"그래 어쩐 일로 갑자기 만나자구 하구"문세상 기자가 물었다

"그보다 지난 번 구로에 오셨던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김태산 대리가 궁금한 걸 물었다

"아 그게 궁금해와 왔구나, 착착 취재하고 있지. 지난 번 구로 일대 은행 지점 뒤지고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매가 구로나 신림 외에도 흑석동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 강남은 주택 강북은 빌딩 이렇게 말야"문세상 기자가 지금까지 취재내용을 자랑하듯 말했다

"아 그래요. 그 정도면 꽤 자금이 클텐데요"김태산 대리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나도 취재하면서 이거 뭔지 모르겠지만 꽤 크게 움직이는 놈들이란 생각이 들었어. 4대금융지주가 이렇게 쉽게 대출을 해 주나 생각되기도 하구. 하여간 이상한 구석이 많아"문세상 기자도 궁금한 것이 많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런데 제가 한가지 새로운 걸 제보할 게 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서류 봉투를 문세상 기자 앞으로 내밀었다

문세상 기자는 서류봉투를 받아 서류를 꺼내 보며 말한다

"이게 뭐야? 음 매매전표 사진이네"문세상 기자는 김태산 대리가 건넨 봉투를 열어보고 서류를 한참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네 눈이 동그라해 지면서 김태산 대리를 바라본다

"이거 진짜야? 원본 매매전표 갖고 있어?"문세상 기자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대한증권 것은 갖고 있는데 타사 것은 사본만 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이거 제대로 특종인데 한국태양광 적대적M&A에 불공정 매매가 개입했다는 증거가 확실해 보이네"문세상 기자가 대번에 서류의 내용을 알아봤다. 경제쪽 출입기자만 10여년을 하면 서류 한장만 봐도 앞뒤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을만큼은 되기 때문이다

"잘 부탁드립니다"김태산 대리가 더 이상 긴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 내가 좀더 파 보고 이야기 해 줄께, 이거 오늘 저녁은 내가 사야겠는데"문세상 기자가 특종꺼리를 잡았다고 신이난 모습이다

"아이고 3년 재수없는 말씀, 응당 제가 사야죠"김태산 대리가 웃으며 말한다

방에 숯불이 들어오고 고기와 밑반찬들이 들어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