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훈 Jan 21. 2024

104. 연수원장의 USB

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는 문세상 기자와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오전에 연수원장에게 받은 USB 안의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한증권 뿐 아니라 타사 거래내역까지 다 들어 있는 파일로 한국태양광주주연합회 명부와 이들이 갖고 있는 주식수와 거래증권사 그리고 거래내역이 총 망라된 자료였다

김태산 대리는 대한증권 자료를 그렇다쳐도 타사 자료까지 어떻게 연수원장이 손에 넣게 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명부에 나온 인물들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일일이 쳐보며 어떤 사람들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검색이 안되는 인물들도 있었지만 임주훈처럼 나름 잘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찾아지는 인물도 꽤 되었다

이들의 거래내역을 보니 분명 비공개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의혹이 제기될만큼 주가가 튀기 전에 거래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매시간까지 나온 데이타를 어떻게 연수원장이 손에 넣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정보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주식시장에서 연수원장과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면 100전 100패로 손실을 볼게 뻔해 보였다

그런데 왜 연수원장은 이런 자료를 김태산 대리에게 주었는지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자료를 한국태양광 장한국 대표나 김요한 IR팀장에게 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적대적M&A에 대응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감한 개인의 금융거래내역이라 이런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이 불법이라면 소송에 사용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여간 김태산 대리는 자료를 파 보면 볼수록 점점 더 거대한 힘이 뒷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김태산 대리가 자료의 위부터 파일을 확인해 가는 가운데 마지막 "차이나"라고 적힌 파일명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건 뭔데 따로 문서파일로 만들었지?" 김태산 대리가 혼잣말을 하고 더블클릭을 해 보았다. 비밀번호를 쳐야 열수 있는 파일이었다

연수원장이 비밀번호를 주지 않았는데 이건 줄 생각이 없는 문서인가? 생각하며 이것 저것 비밀번호를 넣어봤다. 여전히 열리지 않는 문서에 김태산 대리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확 가서 물어볼까?" 김태산 대리가 자리에 일어나 연수원장실에 가려다 다시 자리에 앉아 비밀번호를 궁리해 보고 있었다

이때 김태산 대리는 창고에 디지탈 도어락 번호가 생각났다. "102060" 창고에 열쇄는 연수원장이 관리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디지털도어록은 번호가 특이하게 "102060"이었다

앞에 10은 그대로 두고 뒤에 2060에서 0을 빼면 "1026"이 된다. 우리 현대사에 잊을 수 없는 날짜인데 연수원장은 특이하게 이 번호로 연수원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차이나라고 쓰여진 암호파일에 비번으로 1026을 쳐 봤지만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102060"을 치니 문서가 열렸다

김태산 대리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의 파일이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 증시에 상장한지 2달만에 고의부도 의혹으로 퇴출된 "중국섬유"란 회사 파일이 보여 더블클릭해 보았다

중국섬유의 주주명부인데 특이한 것은 중국이름 뒤에 한국이름이 병기된 것으로 우리 증시에 상장할 때 낸 심사청구서 상 주주명부는 중국이름으로 되어 있었지만 사실 한국인들이 중국이름으로 둔갑되어 있던 것으로 일종에 "검은머리외국인"들이라 할 수 있었다

중국기업들을 거래소 국제화라는 명분으로 상장규정도 완화해줘 무더기로 상장을 시켜주었는데 평균 5년도 못 버티고 대부분 감사의견 거절이나 부도 등의 석연찮은 이유로 퇴출되어 먹튀논란이 있던 상장사들이었다

그런데 이들 중국기업의 진짜 주주들이 한국인들이었다면 이건 분명 먹튀를 위한 사기상장이라 할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클릭을 하던 마우스 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 서류는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중국기업들의 우리 증시 상장이 대규모 사기였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이 USB를 문세상 기자에게 넘기지 않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을 했는데 그가 이런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마도 뒤가 구린 인간들이 문세상 기자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연수원장은 김태산 대리가 이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문서를 보길 원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가 스스로 어둠속의 세력들 실체를 확인하길 바랬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김태산 대리가 문세상 기자와 임주훈 한중명일자산운용 고문이 저녁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문세상 기자가 혹시라도 한국태양광주주연합회를 넘어서는 질문을 할 경우 그가 위험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는 급하게 문세상 기자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지금 시간이 오후 6시가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 만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지금은 귀한 손님과 있어 통화하기 어렵습니다"문세상 기자가 전화를 받고 바로 끊어 버렸다

문세상 기자가 벌써 임주훈을 만나는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문자로 "긴급 전화요망"이라 보내고 초초하게 전화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연수원장이 퇴근을 위해 방을 나서면 김태산 대리와 눈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김태산 대리는 왜 이 USB를 주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 온 신경이 문세상 기자에게 다 있어 연수원장에게 물어볼 경황이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문세상 기자의 전화를 기다리며 다시 천천히 문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중국기업 주주명부들에 최대주주 중국이름 뒤에 하나같이 한국이름 자리에 영어 스펠링 "V"가 표시되어 있어 최대주주의 한국이름이 "브이" 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어쩌면 저게 "VIP"의 약어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김태산 대리는 혼잣말로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을만큼 공포감이 몰려왔다

문세상 기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중국인 한국 부동산 구매에 국내 은행들이 대규모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는 건을 파고 있어 중국기업 IPO 먹튀와 연결해 거대한 어둠의 세력 꼬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임주훈 한중명일자산운용 고문이 오랜만에 문세상 기자의 전화를 받고 바로 저녁약속을 잡아 준 것이 유인하기 위한 함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시계가 오후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 슬슬 식사도 마칠만한 시간인데 대화가 길어지는 것인지 아직 까지 전화도 문자도 오지 않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를 다시 했다. 

"여보세요" 문세상 기자가 술이 오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아 문기자님 다행이네, 지금 어디에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나 화장실이지 오늘 인사동에 양고기집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 중이지, 지금 바로 들어가 봐야 해"문세상 기자가 전화를 끓으려 했다

"잠깐만 잠깐 제 말 듣고 들어가세요. 절대로 중국이야기는 하지 말고 한국태양광주주연합회도 말조심하고 한국태양광 주가만 물어봐요"김태산 대리가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왜? 벌써 한국태양광주주연합회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매매를 한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문세상 기자가 말했다

"그럼 지금 빨리 대화를 끝내고 거기서 나와요. 거기 가게 이름이 뭐에요. 제가 지금 갈께요"김태산 대리가 급하게 물었다

"알았어 여기가 어디냐면 갑자기 기억이 안나네. 내가 조금 있다가 문자로 넣어줄께"문세상 기자가 이렇게 말하고 통화를 끝냈다

김태산 대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혹시 몰라 USB를 카피해 복사본을 만들고 연수원을 나섰다

김태산 대리는 연수원 앞 큰 길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인사동으로 향했다

러시아워가 끝나가는 시간이지만 도심인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길은 차가 막힐 수 밖에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마음을 졸이며 택시 안에서 자꾸 핸드폰의 시계를 보며 초조해 했다

출발한지 한시간이 조금 못되어서 인사동 입구에 도착했다

김태산 대리는 급하게 택시비를 내고 택시에서 내려 인사동 골목속으로 뛰어갔다

김태산 대리는 인사동 골목 여기저기를 뒤지며 문세상 기자를 찾았다

한 골목에 다다라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맘에 김태산 대리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길바닥에 누워 있는 문세상 기자를 보았다

김태산 대리는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미약하지만 숨은 쉬고 있는 듯 했다. 술냄새가 확 올라오는 것이 술을 많이 먹고 취해서 쓰러진 것처럼 보였다. 김태산 대리는 119에 연락하고 문세상 기자의 넥타이를 풀고 인공호흡을 시도할려는 찰라에 문세상 기자의 임에서 하얀 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약물중독 같아 보여 문세상 기자를 옆으로 누이고 목에 거품을 뱁어 내게 했다

문세상 기자가 갑자기 눈을 뜨고 숨을 헐떡이며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김태산 대리에게 건네주었다

때마침 119가 도착해 문세상 기자를 응급침대에 올려 구급차에 실었다

김태산 대리도 문세상 기자의 보호자로 그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김태산 대리는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문세상 기자를 내려다보며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국태양광 적대적M&A 세력이 단순히 기업사냥꾼을 넘어 좀 더 거대한 세력 일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드리워졌다

문세상 기자가 알고 있던 것에 어둠의 세력이 불안감을 느껴 문기자를 제거하려 한 것 같았다

다음은 김태산 대리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119 구급대원이 문세상 기자에게 계속 말을 걸며 정신줄을 잡고 있으라고 소리쳤다

"제 말 들리세요. 정신 차리세요."구급대원의 급박한 목소리에 문세상 기자는 김태산 대리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문 기자님 힘내세요. 곧 병원에 도착할 겁니다"김태산 대리도 문세상 기자의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119구급차가 서울대 병원응급실에 도착했고 구급대원의 능숙한 움직임에 바로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응급실 의사들이 달려들어 문세상 기자의 웃옷을 벗기고 그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때 간호사가 와서 문세상 기자의 침대를 둘러싸고 있는 커튼을 치면서 김태산 대리는 더이상 문세상 기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문세상 기자가 전해준 수첩을 꺼내 보았다 


 

 

이전 03화 103. 문세상 기자의 수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