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는 피곤한 얼굴 표정으로 연수원 아침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어제도 술자리 있으셨어요?" 오송미 사원이 물었다
"아니요. 어제 일이 좀 있었어요. "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오송미 사원이 커피를 원탁 테이블에 내려놓고 연수원장을 데릴러 갔다
김태산 대리는 그 동안 만들었던 기업IR탐장자 연수기획안을 훌터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연수원장이 아침인사를 하고 원탁 테이블에 앉았다
"안녕하십니까"김태산 대리도 자리에 일어나 인사하고 앉았다
"김대리 많이 피곤해 보이네, 기획안 때문에 밤새는거야?"연수원장이 물었다
"아니요. 어제 일이 좀 있었습니다. 이따가 따로 말씀 드리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연수원장이 김태산 대리를 쳐다보다 회의를 시작한다
일상의 대화가 오가고 아침 회의는 금새 끝났다
김태산 대리의 기업IR담당자 연수안을 갖고 연수원장과 따로 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사실 이건 핑계고 김태산 대리가 따로 보고하겠다는 일 때문에 연수원장과 김태산 대리가 독대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침회의가 끝나고 김태산 대리는 다이어리를 갖고 연수원장을 따라 연수원장 방으로 들어갔다
"자 무슨 일인지 말해봐요"연수원장이 방에 들어가자 마자 책상 의자에 앉아 물었다
김태산 대리는 의자를 끌어다 연수원장 책상 앞에 앉았다
"어젯밤 연수원장님이 처음에 주신 USB를 넘겨준 기자가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약물에 중독된 것 같다는데 아무래도 당한 것 같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어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보고했다
연수원장은 김태산 대리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렸고 연수원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가? 우리가 갖고 있는 패가 궁금했겠지. 당하고 그냥 있으면 바보가 되는거야. 당한 것에 배로 갑아줘야지. 그래야 공평한 거지"연수원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어떻게와 누구에게가 빠진 것 같은데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연수원장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원장님은 누군지 알고 계신건가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자네 내가준 자료 제대로 읽어봤나. 자료의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진짜 팩트를 알 수 있는 걸세. 그 곳에 자네가 알고싶어 하는 그가 있네"연수원장의 말에 김태산 대리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몇 번을 자료를 읽어봤는데 김태산 대리는 문세상 기자를 공격한 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놓치고 있는 게 있나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사람은 그의 이름이 아니라 그의 직으로 평가를 받는거에요."연수원장의 말에 김태산 대리는 뒷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김태산 대리는 연수원장이 준 USB에 담겨 있는 매매원장에 이름과 주식명과 숫자만 봐왔지 그 이름이 갖고 있는 직함을 알아볼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걸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김태산 대리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준 USB에 비밀파일로 잠겨져 있던 '차이나' 파일 속에 이름들이 갖고 있는 직함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 했네"연수원장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응 자네가 HTS를 보고 있으면 알 수 있을거야"연수원장이 답했다
"무슨 일인지 미리 말해 주실 수 없나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그럼 재미없지. 자네 한국태양광주주협의회 사람들 만나본적 없지? 이제 곧 만날 수 있을거야"연수원장이 말을 하고 미소를 지었다
"궁금하네요. 어떤 분들인지"김태산 대리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자 이제 슬슬 일해 봐야지"연수원장의 말에 김태산 대리는 일어나 의자를 갖다 놓고 연수원장실을 나왔다
김태산 대리는 연수원장이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했다. 자리에 돌아온 김태산 대리는 어제 문세상 기자에게 받은 수첩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궁금했고 문세상 기자가 뭘 알고 있는지도 찾아보기 위해서 였다
문세상 기자는 노트북을 갖고 다니지 않는 대신 수첩에 정보망의 인물들 연락처를 빼곡하게 적어두었다. 아마도 기사 내용은 다이어리 같은데 따로 정리한 것 같았다
문세상 기자의 수첩을 훌어보다가 어디서 본 듯한 이름들이 보였다. 김태산 대리는 PC에서 연수원장에게 받은 데이타를 꺼내보며 문세상 기자의 수첩 이름들과 대조해 봤다
"오 마이 갓, 문세상 기자가 이미 알고 있었던거네" 김태산 대리가 혼잣말을 했다
김태산 대리는 문세상 기자가 연수원장에게 받은 첫번째 자료를 넘겨받았을 때 놀랐던 표정이 기억이 났다. 이미 그는 한국태양광의 선행매매 의혹에 대해 알고 있었고 뒤를 파고 있었던 와중에 김태산 대리에게 관련 증빙자료를 받아 놀랐던 것이었다. 즉 처음 본 자료지만 그 의미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래서 이 놈들이 문세상 기자를 저렇게 만든 거구나"김태산 대리가 또 혼잣말을 했다
김태산 대리는 수첩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연수원장이 준 데이타에 나온 이름들과 비교해 가며 살펴보았다. 문세상 기자는 저 이름들 뒤에 소속과 직함들도 알아내 수첩에 연락처와 함께 적어두었다
김태산 대리는 수첩을 넘겨갈 때마다 수첩속 인물들이 TV속 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놈들 이거"김태산 대리는 수첩을 잡고 있는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가 보고 있는 이름들이 집권여당 유력 정치인들의 사조직인 "영우회"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을 장악해 해외자원개발비리를 통해 깨끗하게 약탈해 먹은 세력으로 이들이 중국기업 국내 상장과도 연결되어 있고 이번 한국태양광 적대적 M&A의 뒷돈을 대는 돈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김태산 대리는 금산의 오너인 최강희 대표가 냉각캔을 빌미로 유상증자에 성공한 돈으로 적대적M&A를 하는 줄 알았는데 보다 큰 돈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때 김태산 대리의 HTS에 알림 티커가 떴다. 깜빡이는 알림티커를 김태산 대리가 더블클릭으로 열자 케이블TV의 증권 생방송에서 한 패널이 한국태양광 적대적M&A가 작전세력의 선행매매를 위한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관련 방송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벌써 한국태양광 주주게시판에 관련 동영상이 올라가 있었다. 마치 오늘 생방송에서 있을 일을 미리 알고 있어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만큼 화질도 깨끗하고 정확하게 그 패널이 생방송에서 주장한 부분만 정교하게 편집해 올린 것이다. 그것도 방송이 된지 5분도 안되서 말이다
그 패널은 매우 구체적으로 한국태양광 주가와 금산측의 적대적M&A 공시와 뉴스에 선행해 거래량과 주가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자료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증권방송이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것이라 미쳐 막을 길 없이 관련 내용이 나갔고 당황한 아나운서 표정이 생생하게 동영상을 타고 전해졌다
"이게 연수원장의 복수라는 것가?"김태산 대리가 혼잣말을 하며 동영상을 보고 주주게시판의 댓글들을 보았다. 주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금산의 주가작전에 대해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인터넷을 타고 관련 동영상이 삽시간에 펴져 나간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의 메신저에 대한증권 동기들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문의하는 문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의 김요한 IR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음은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보면 김요한 IR팀장에게 기자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는 것 같았다
한국태양광 주가가 삽시간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버렸는데 금산측의 주가작전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돌면서 한국태양광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거래소는 한국태양광 주식거래를 중단시키고 풍문조회공시를 요구하는 공시를 올렸다
한국태양광은 이건에 있어서 피해자이지 주가조작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억울한 측면이 있는데 지금 주식을 파는 세력이 주가조작세력들이고 당하는 것이 선량한 투자자라는 사실은 묘하게 현 상황과 일치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았다
주식시장에서 소문의 유통속도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더 빨라졌는데 호재가 되었던 악재가 되었던 인터넷에 한번 노출이 되면 주주와 투자자들에 의해 삽시간에 복붙이 되어 언론보다 더 빨리 퍼져나가게 되었다
주가에도 민감하게 반영되곤하는데 금산은 관련 뉴스가 나온지 30여분 만에 하한가까지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금산에도 풍문조회공시가 들어가면서 거래정지가 되었다
주가조작세력들이 한국태양광 선행매매가 걸리자 급하게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이는데 증권전산에 관련 기록이 다 남아 있고 3일 결제 시스템이라 주식을 팔아먹어도 곧바로 먹튀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각 증권사마다 대출을 해 주는 서비스가 있어 선이자를 떼고 현찰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어 지점장과 잘 짜면 먹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김태산 대리는 증권방송에 나와 한국태양광 선행매매 의혹을 제기한 패널이 누군지 궁금했다. 증권방송에서 하나마나한 말들만 하던 패널이 갑자기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날린 것이라 어떤 사람인지 알고싶어졌다
김태산 대리가 볼 때 연수원장이 아침에 말한 한국태양광주주협의회 회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원장은 그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말을 시장에 할 수 있는 스피커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태양광에서 풍문공시에 대해 답변공시를 올렸는데 "한국태양광은 일부 투자자들의 선행매매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관련도 없으며 이를 통해 주가폭락이 나타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 점에 대해 관계 당국의 조사를 요청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금산쪽에서도 곧 이어 답변을 내놓았는데 "한국태양광 선행매매에 대해 아는 바 없고 관련도 없다"는 부인공시였다. 하지만 한국태양광 적대적M&A를 통해 가장 큰 수익을 얻었던 것이 금산과 한중명일자산운용이라는 공격자들이었기에 부인공시를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한국태양광 주주게시판에는 왜 금융감독당국이 나서지 않는냐는 불만의 글들이 올라왔고 금융감독당국도 한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금융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은 사복경제권을 갖고 있어 얼마든지 선행매매 여부를 수사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근거없이 상장사의 거래여부를 전수조사할 수 없는 것으로 수사하다가 어떤 계좌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유력 정치인이나 재벌오너일가라도 튀어나오면 골치 아파 질 수 있고 자칫하다가는 수사를 한 금감원 사복경찰과 간부들이 되치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수원장이 의도를 갖고 패널에게 정보를 줘 생방송 중에 터뜨린 것이라면 분명 어제 있었던 문세상 기자 사건에 대한 보복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아주 비싼 댓가를 받아낸 것으로 보였다
솔직히 이 정도면 연수원장과 같은 편에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혼자서 한국태양광주주협의회 회원들을 움직여 시장을 들었다 놓은 꼴이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가 볼 때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 이렇게 쉬웠나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다 인터넷의 힘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연수원장은 되로 받고 말로 되돌려 준 꼴인데 그의 능력이 무섭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