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과 커피

나를 알아야 선택할 수 있다.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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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검진과 커피


건강검진에서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기분이 이상하다. 다시 식습관을 바꿔야 하나, 운동을 시작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 이번 검진에서 LDL 수치가 158이 나왔다. 의사 선생님은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인데 160이 되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유아교사를 하고 있는 딸도 LDL 수치가 높다. 내가 전화로 말을 꺼내자 딸은 “내가 LDL이 높은 건 엄마 때문이었네. 유전이었어”라고 말했다. 자기가 관리를 잘못한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유전이라는 말에 힘을 실었다.


검진 결과서를 받고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마침 직장에서 건강상담을 해준다는 게시판의 공지를 봤다. 선뜻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강 팀장이 내 간수치를 보더니 “병원 가기 싫으면 여기라도 가봐”라고 걱정되는 듯 말했다. 예약을 하고 지하 상담실로 내려갔다. 상담실은 조용했고, 접수직원이 내 이름을 묻더니 의사 선생님에게 안내했다.

내가 접수하는 곳에서 인적사항을 적는 동안 내 건강 검진 결과서는 이미 의사 선생님에게 전달되었다. 내는 의사선생님 앞에 마주보며 앉았다. “혈관종이 의심된다는 부분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하셨네요. 혈관종은 그리 문제 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결과지에는 ‘혈관종 의심, 갑상선 주기적 검사, 간수치와 LDL 수치 높음’이 적혀 있었는데 내가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현괄종이었다.

선생님은 대부분 사람들이 중요하지 않은 항목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걸 걱정한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갑상선에 양성 결절이 있어요. 이게 갑자기 악성으로 변할 수 있으니 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 검사를 해야해요 이게 가장 중요해요”라고 하며 결과지 여백에 ‘6개월마다 초음파 추적검사’ 라고 썼다..

이어서 LDL 이야기를 꺼냈다. 커피를 마시냐고 물었고 먹는다고 말했다. 커피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정수기 모양, 유리병 모양, 깔대기 모양을 그렸다. 그리고 나서 그림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커피 축출 방식은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원두를 볶아 압축해 내리는 에스프레소, 인스턴트로 만든 알커피, 그리고 드립커피가 있다고 했다. 그림을 집어가며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잘되었다. 이 중에서 LDL을 가장 높이는 게 에스프레소라고 했다. 볶은 콩을 짤때 생기는 기름이 문제라고 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은 거라고 덧붙였다.

나는 머리를 맞은 듯했다. “선생님, 인스턴트보다 아메리카노가 더 안좋다는 말인가요?” 나는 원래 믹스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프림과 설탕이 몸에 안 좋다고 해서 몸이 피곤하고 졸릴 때 일부러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런데 LDL을 높이는 게 아메리카노라니 뜻밖이었다. 선생님은 요즘 프림도 예전만큼 해롭지 않게 만든다고 했다. 오히려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릴 때 생기는 하얀 거품이 더 안좋은 성분이라고 했다.

집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 캡슐을 넣으면 향긋한 향과 하얀 거품이 올라온다.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시면 고소하다. 믹스만큼은 아니지만 밥 먹고 딸과 함께 마실 때 좋았다. 딸이 캐나다로 간 뒤에는 혼자서도 한 잔씩 즐겼다. 그런데 이 커피가 원인이라면 끊어야 한다. 차라리 다시 믹스를 마시면 된다. LDL 수를 내리는 해결책이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당신 하루에 한 잔 마시잖아. 그 정도는 별 영향 없어”라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 난 하루에 아메리카도 두 잔이상은 안먹는다. 하지만 사람들과 카페에 가면 습관처럼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남들이 안 좋다고 하는 것이 꼭 나에게도 안 좋은 건 아니다. 나는 원래 믹스를 좋아했다. 하지만 주변의 말에 휩쓸려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남들에게는 괜찮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피해야 할 방식이었다. 그렇게 아메리카노를 5~6년 먹었다.

지인과 대화할 때, 카페인이 필요할 때, 식사 후 수다를 떨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시러 간다. 난 주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값이 가장 저렴하고, 라떼는 배에 가스차고, 다른 음료는 너무 달아서 싫다. 그래서 커피 전문점에 가면 아메리카노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나름 건강을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다. 아메리카노 끊겠다고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끓을 필요는 없다. 독도 적당히 쓰면 약이 되지 않는가. 난 아메리카노도 먹기로 했다. 사람을 커피숖에서 만날 때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점심에 졸릴 때는 커피믹스를 마시기로 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남이 좋다는 것만 따를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뭐가 맞는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 기준이 생기고 내가 해야할 봐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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