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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니엘

여러 날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있네. 나도 이젠 좀 지치는군. 나뿐 아니라 다들 마찬가지인 것 같다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우리는 모두 어떻게든 극복해보려 애썼다네. 다들 더 열심히 일하고 또 일부러 밝게 행동하고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우리 형제들은 모두 노력했지.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에게 위로받기를 거절하셨네. 아버지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오직 하나 베냐민, 요셉의 동생뿐이었어. 그 아이에게서 요셉의 모습을 찾으며 계속해서 요셉을 추억하셨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했지만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군.

어제는 아버지가 요셉과 함께 앉아 계시곤 하던 나무 그늘에 홀로 서 계셨다네. 조금 그러다 들어오시려니 했건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그 자리를 지키셨네. 아버지는 나이도 많으신데 힘드실까 걱정되어 아버지를 모셔오려고 하자 나를 뿌리치셨네. 자기를 그냥 두라며 말이야. 이런 일이 어디 하루 이틀이 아니건만, 어제는 나도 그만 욱 하는 마음을 참지 못했네. 거기 어디 내내 계셔 보라며, 그러고 있으면 어디 요셉이 돌아오는지 보자고 헛소리를 지껄이고는 장막으로 돌아왔네. 장막에 홀로 앉아서도 분을 참지 못해 한참을 씩씩댔다네.

그래, 아버지의 슬픈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네. 가장 소중한 아들이 죽었다니 당연히 그렇겠지. 누가 아니라는가. 그래서 일을 저지른 우리도 미안해서 어떻게든 잘해보려 애쓰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그 빈자리를 잊게 해 드리려 아버지를 더 많이 찾고 더 살뜰하게 보살피고 형제들끼리도 우애 있게 지내며 애썼단 말일세. 아버지 마음이 편하시도록 말이야. 아버지가 그 어린 베냐민만, 또 그 요셉에게 하시던 것처럼 싸고도셔도 우린 이해했네. 아버지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필요할 거라며 인정해 드렸지. 그렇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는가. 우리는? 나는? 대체 뭐란 말인가. 우리는 자식이 아니고 어디 주워 온 종놈들인 겐가. 날마다 들로 다니며 양을 돌보고 온갖 일을 하는데 이토록 대우를 받지 못하다니 이건 뭐 집안의 종보다 나은 게 대체 뭐란 말인가. 우린 평생을 이렇게 살았네. 태어나서 지금껏!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들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셔도, 뒤늦게 태어난 요셉이 무슨 세상 외아들인 것처럼 우리를 하찮게 여겨도 우리는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했네. 요셉이 채색옷을 입고 아버지 앞에서 글을 배울 때도 우리는 장성한 아들이라는 이유로 양들을 먹일 꼴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녔네. 불평하지 않고 그저 우리의 일을 감당했네. 아버지를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왔단 말일세. 그러다 보면 아버지도 언젠가 우리를 보아주시지 않을까 했건만 요셉이 없는데도 어찌 우리에게 이러신단 말인가.

부모가 되어서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내가 부모가 되어 그 마음을 알게 되니 더 서운하네. 자식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하고 어여쁜지 모른다네. 행여 아이가 다칠까 살피게 되고 입이라도 삐죽거릴라 치면 울음이 터질까 싶어 눈을 맞춘다네. 내가 만약 아버지라면 내 자식들이 애쓰는 것이 안쓰러워서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것 같네. 먼저 보낸 자식이 안쓰럽지만 눈앞에 자식들이 나 때문에 힘들게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리를 자식으로서 과연 사랑하기는 하시는가 울화가 치밀더군. 그래. 아버지는 내내 그러셨지. 요셉이 태어나던 날부터, 아니 요셉이 잉태된 것을 알던 때부터 그러셨지. 내내 그렇게 우리는 요셉의 다음이었지. 자신의 형 에서가 우리를 해치러 올지도 모르는 순간에 나와 다른 형제들은 앞세우고 요셉과 라헬을 가장 뒤에 두셨지. 가장 귀한 아들 요셉을 보호하려고!

매번 이런 식이니 내가 빌하를 범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그래. 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아버지가 이러니 내가 이런 것이란 말이지. 아버지께서 그동안 처신만 잘하셨어도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걸세. 결국 난 빌하가 라헬 대신 운운하는 바람에 화가 나서 그랬던 것 아닌가.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장자로서 인정받으며 지내고 있었더라면 그런 어리석은 실수는 하지 않았을 걸세. 사실 우리 모두는 화낼 만했어. 나뿐만 아니라 아들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우리 모두. 우리 모두 할 만큼 했다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쭉! 그래. 죄책감 같은 건 느낄 필요 없어. 지금 집안에 깃든 이 모든 어둠은 사실 아버지 자신이 자처하신 일이야. 나머지 아들들을 무시하고 요셉만 귀하게 여기셨던, 아버지와 하나님의 선택의 결과란 말이지.

생각해 보니 형제들에게도 화가 나는군. 아무리 화가 나도 어쩌자고 그런 멍청한 짓을 하냔 말이야. 난 분명히 말렸었어. 아이의 생명을 해하지는 말자고. 빌하를 범한 나를 한심한 취급 하더니 결국 제깟 것들도 마찬가지 아니냔 말일세. 아니, 사실 더하지. 제 형제를 제 손으로 팔아넘기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이런 멍청한 짓들이나 하고 있으니 아버지가 요셉만 싸고 도시는 거야. 지겨워 정말. 어쩌자고 이런 집구석에 태어나서 이렇게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네. 하나님이 원망스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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