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애굽의 고센이라는 곳에 정착하게 되었네. 낯선 곳이기는 하나 매우 좋은 땅이라네. 목축을 하기 적당한 땅이지. 애굽의 바로 왕이 우리 아버지와 형제들을 직접 인사를 나누고 이 좋은 땅에서 우리가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해 주었다네. 우리는 이곳에서 요셉으로부터 식량을 넉넉히 공급받으며 아주 잘 지내고 있네.
지난번 애굽을 방문해서 시므온을 되찾고 식량을 가지고 돌아가게 되었을 때가 생각난다네. 베냐민도 살아있고 시므온도 되찾고 식량을 가득 싣고 돌아가게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이 우리 가족이 누릴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네. 요셉은 비록 잃었으나 어차피 세월이 지났으니 포기했고 애굽에 매번 다녀와야 하기는 하나 그렇게 식량을 구해갈 수 있으니 내 생각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었네. 그만해도 감지덕지였지.
그러나 하나님의 최선은 차원이 달랐네. 그분은 우리의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으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라네. 죽은 줄 알았던 요셉을 살리시고 심지어 그 애를 이 애굽의 총리로 높이시고, 그를 통해 우리 가족에게 기근 동안 식량을 넉넉히 공급하여 우리를 지키시는 것이 그분이 계획이었지. 더구나 생각해보게. 우리만 살게 된 것인가? 하나님께서 요셉에게 부어주신 지혜로 말미암아 이전 풍년에 넉넉하게 곡식을 저장하여 이 근방 온 사람들이 기근에도 살아 있을 수 있다네. 그러니까 우리 가족 중 요셉을 택하여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쓰신 것이지. 증조부 아브라함에게 너는 복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다더니 참으로 진실이지 않은가. 우리 가족이 세상을 먹이고 보전하는 일에 쓰인 것이라네. 그분의 신실하심과 전능하심은 정말 생각할수록 놀라움 따름이라네.
자네 지난 편지에 내게 요셉에게 질투가 나지 않는가 물었지?
자네가 잘 모르는 것이 있다네. 하나님 그분을 더 알아가 보게. 그럴 필요가 없다네. 나는 장자로 태어났으나 일평생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이라는 자격지심 가운데 불안해하며 살았었네. 그리고 그 반감에 아버지의 여인을 범하는 어리석은 죄를 범했지. 좌절과 상처, 분노와 불안으로 얼룩진 나의 마음에서 하나님은 나를 구원하셨네. 나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나를 꺼내 진리로 이끄셨지. 요셉을 판 이후로 여기 애굽에 와서 살기까지 하나님께서는 나를 가르치시고 진리로 가까이 이끌어 주셨네. 내 형제조차도 내게 등 돌릴 때에도 그분은 나를 혼자 두지 아니하셨고, 나의 모든 발걸음 가운데 언제나 은혜로 함께하셨다네. 나는 애굽의 총리는 아니지만, 나 역시 내 인생의 요셉이라네. 그분의 은혜가 내게 족하다네... 아니 넘친다네...
게다가 요셉은 날마다 어려운 국사로 곯머리를 앓는다네. 누가 그런 일이 부럽다는가. 나는 아버지의 기력의 시작, 들사람 르우벤이 아닌가. 목축이 이보다 더 잘 맞을 수 없지. 요셉에게는 요셉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내게는 또 나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주셨을 뿐이라네. 나는 이제 그만 양을 돌보러 나가 보아야겠네.
자네가 자네의 삶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깊이 만나도록 기도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