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어 조각조각을 모아 새로운 문장을 만들며 살고 있어. 전 직장은 통근시간이 길어서 지하철에서 틈틈이 독서를 할 수 있었는데, 이번 직장은 통근거리가 짧아서 오히려 책 읽을 시간이 없더라. 겨우 몇 달 사이에 독서량이 확 줄었어. 지금 다니는 직장은 너무 바빠서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게 가끔은 무섭게 느껴져.
책 장을 하나 더 샀는데, 그마저도 꽉 찼어. 아무래도 돈을 벌어서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게 가장 매력적인 방법일 것 같아. 그런데 잘 모르겠어. 이번 주말에는 미용실에 갔어야 했는데, 여러 핑계를 대며 미뤄버렸거든. 모든 게 계획한 대로 흘러가진 않잖아. 너도 잘 알지. 어쨌든 나는 건조한 머릿결을 갖고 일주일을 더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맞이했어. 이럴 때 난,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거라는 누구의 말을 떠올려.
가을이 끝날 무렵 이별을 했는데, 새로운 가을이 올 무렵 너에게 연락이 왔어. 이렇게 반가움을 느꼈던 적이 최근에 없었는데. 반가움이라는 게 생소한 감정이라고 새삼 느꼈어. 너는 나에게 자니, 뭐하니 묻지 않고 요즘도 글을 쓰냐고 물었지. 생각해보면 너는 항상 그랬어. 이맘때 너에게 시를 지어 선물했던 게 생각나. 그 시 말이야, 여전히 내가 정말 아끼고 있어.
참 어수선한 계절이야. 내가 사랑하는 가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