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순서

by 이혜연

이별에도 순서가 있다면 처음은 두려움일 것이다.

언제고 이어질 것 같았던 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에서든, 때가 되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헤어짐이든 익숙한 것들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야 한다는 두려움의 맛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한다.


일주일에 두어 번 아르바이트를 고정으로 한 병원에서 마지막 아르바이트를 끝냈다. 내일부터 정규직 오전파트를 위해 출근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선생님들은 당연히 다음 주도 함께 할 줄 알았다고 서운해했다. 함께 하면서 손발을 맞췄기 때문에 떠나는 사람도, 새로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 사람도 심란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찾아오는 아쉬움.

익숙한 공간과 낯설지 않은 면면들과의 이별은 별것 아닌 것으로 서운해했던 날들을 아쉬움으로 남게 했다. 조금 더 손내밀걸, 더 많이 배려할 걸 하는 생각에 지난날들의 부족함이 새삼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만남을 하려는 지금 언제까지고 이별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잠깐씩이지만 덕분에 용돈도 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도 가지고, 운동도 열심히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담아 힘든 오후 파이팅하시라고 카페라테를 한잔씩 돌리고 홀가분하게 이별을 고했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이다.

새로운 인연들과도 잘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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