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박동

by 이혜연

산다는 것이 예측불허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일상은 의식하지 못한 채 자기 속도대로 가는 불수의근의 심장 박동처럼 움직인다.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기상하게 되고,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아쉬운 밤은 뒤척이는 것으로 끝날 때가 많다. 습관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반사적으로 일어나고 그것들이 조금씩 각도를 달리하며 길의 방향이 바뀌고 삶의 형태가 진화하게 된다.


십 년이 넘도록 육아에 전념하다가 요 근래 규칙적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을 살짝 끼워 넣고 있다. 오전 근무지만 하루의 절반의 항로를 바꾸는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석촌호수에서 하는 오전 운동은 불가능해졌지만 지하철의 높다란 계단을 오르내리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무료하게 보냈던 시간은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타인들의 면면을 관찰하게 되는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불편하냐고 하면 생각보다 재밌다. 새로운 변화가 힘들다기보다 변신을 위한 활력이 되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며칠 출근하진 않았지만 재밌게 다니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과 토요일도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어떻게 좋은 일만 하고 살겠냐 싶으니 그것도 견딜만한 불편함이 될 것도 같다. 이 작은 변화가 이후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게 될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그나저나 요즘 비가 제법 많이 오고 있다. 요맘때 도시의 비는 불편하고 의미 없는 일일지 몰라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모내기 즈음의 단비가 될 것이다. 어떤 것이든 그 사람이 처한 상항에 따라 처지에 따라 복이 되기도 하고 불운이 되기도 하는 것임을 다시 느끼게 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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