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의 문이 열린 듯 한꺼번에 터졌던 봄꽃들이 지고, 비가 오더니 오늘은 오이향 가득한 상큼한 바람이 살랑살랑 다음 계절을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다. 긴 옷을 입은 사람,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계절의 경계에서 산책을 나와 거리는 활기로 가득합니다.
이웃집 감나무에는 노랗고 작은 왕관 같은 꽃이 주렁주렁 열렸고 화단의 해바라기가 어제 비로 키가 훌쩍 자랐습니다. 꽃이 진 자리에 새로운 얼굴들이 자신의 존재를 자랑하며 활짝 피어났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제가 가장 젊었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 있는데 얼마 전까지 잠을 설쳐도 생활에 별 지장이 없었는데 갱년기 증상으로 불면증이 오더니 잠이 부족한 날들은 다음날 여지없이 몸이 힘들어집니다. 뜬금없이 눈이 떠지는 새벽녘에 잠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 얼마나 피 말리는 싸움을 하게 되는지 다음날 기력이 모자라 힘들어진 지 꽤 됐습니다. 꽃이라면 피고 난 후 열매라도 맺을 텐데 청춘의 불꽃이 사그라진 몸은 무엇을 얻기 위해 이렇게 투쟁하게 되는 걸까요?
이 바람의 끝에 여름은 더욱 뜨겁게 삶을 닦달할 텐데 지금부터 터라도 고요히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들을 강구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