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어리 살어리랏다

by 이혜연
살어리 살어리랏다

시골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주방부터 방까지 깨끗이 치워둬야 하고 빨래도 예쁘게 접어 장롱에 두어야 하고 가지고 왔던 것, 가져가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해 두고 온 것들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을 남겨두어서는 안 됩니다. 고향집에 와 있는 동안 김치며 밑반찬을 가져다주신 옆집 아줌마들에게 간단한 인사와 간식거리를 안겨드리고, 언제 다시 걷게 될지 모를 논밭길을 조용히 눈에 담으며 걸어두어야 빌딩숲에서도 평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 이웃집 보리수 열매도 따고, 오디 열매도 따고, 옆집 아줌마가 아직 들지도 않은 감자를 한 움큼 캐주셔서 맛있게 햇감자도 먹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웃이었던 아줌마들이 모두 할머니가 되어 다음에 내려갈 때는 모두 계셔주실지 항상 불안하지만 지금껏 꿋꿋이 버텨주시는 덕분에 빈 고향집도 낯설지 않고 언제나 정겹게 느껴집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계속 도심 속에서 살아온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은 잘 모르지만 시골에서 자라 널따란 하늘과 푸른 산, 그리고 풍요로운 들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언젠가 느리게 흐르는 그곳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이렇게 마음으로 기도하다 어느 날 훌쩍 청산에 살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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