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가을 맛

by 이혜연

봄의 붉은 꽃은 온 욕심과 욕망을 하나로 만들어 기어코 벌을 불러들이고 나비를 깨우며 시작한다. 빨간 마라맛처럼 강렬해서 혀가 얼얼한 봄의 붉은 맛.


여름 한낮의 태양은 펄펄 끓는 용암의 맛. 입으로 대고 혀로 삼킬 수도 없어 침이 줄줄 흐르며 기운을 전부 빨려버리는 페퍼 X 맛.


가을의 단풍은 그립고 아쉬운 모닥불 맛. 붉은 기억만 남은 채 바스락거리며 먼지처럼 흩어져버려 쿵쿵 뛰는 심장을 툭 떨어뜨려버리는 아찔한 미련의 맛.


기약하고 약속한 것 없는 날들인데도 가는 날들이 못내 아쉬운 그런 가을날.

붉게 물들일만 남은 가을 풍경 속에서 지는, 빨갛게 지는 석양에 가슴이 울먹거리는 오늘은,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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