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by 이혜연


이렇게나 긴 연휴, 북적이며 미어터진다는 공항에 관한 뉴스도 들려오는데 도로는 왜 막히는 걸까요? 땅 위로 길게 난 그림자처럼 처음의 내가 있던 곳으로 길은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운 이는 모두 떠났고, 그곳에 허물어지는 낡은 집과 주름 가득 늙어버린 옛사람들이 있는 곳일 뿐이지만, 어릴 적 보았던 앞산과 지척의 고샅을 떠올리다 보면 젊은 우리 엄마도 있고, 부지런히 꼴을 베던 아빠도 아직 그곳에 있습니다.


없는 집에서 외양간 소가 전재산이던 날들엔 어린아이 손 주먹만 한 소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인 날들은 집안의 대소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외지에 나가 대학을 다니던 큰 오빠의 등록금날, 19살에 결혼한 언니의 결혼식날, 그리고 대학을 가지 않겠다던 막내딸이 배신을 하고 대학에 입학하던 날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소가 팔려나갔더랍니다.


이제는 시골 어디서도 대문 안, 햇살 좋은 곳에 황금빛 소를 들이지 않지만 귀향길, 멀리서 옛날 그리운 노래처럼 소 울음소리 나면 그때 어린 자식들 애태우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젊었던 부모님들이 함께 떠올라 팔려나가던 소의 눈망울에서 떨어지던 눈물처럼 그렇게 눈가가 젖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익숙한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