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열매

by 이혜연


친정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추석은 항상 시누이댁에서 시댁식구들과 함께 합니다. 며느리 두 명, 아들 둘, 그리고 시어머니와 시누이 식구들 모두 술. 담배를 못하는 관계로 모인다고 큰소리가 나거나 시끌벅적하지도 않습니다. 목소리도 조용조용하게 속삭이듯 말하고 누군가 조용히 방에 들어가도 부러 찾지 않습니다.


덕분에 새벽엔 비 오는 바닷가를 산책하기도 하고 아침 먹고 혼자 카페에 앉아 낯선 풍경에 넋을 놓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 충전이 되고 편안한 안정감을 찾기도 합니다. 또 일 년 동안 매달 낸 회비로 좋은 곳에 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배불리 먹기도 하면서 서로의 온기로 마음 한편을 채우기도 합니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에서 고군분투했던 날들과 가족의 따뜻함을 담아 오늘이라는 열매를 조용히 채워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오늘, 둥근 보름달을 보진 못하지만 마음속을 가득 채운 동그랗고 따뜻한 한가위의 아름다운 달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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