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큰 웃음보다 작은 웃음이 가랑비에 옷 젖듯 행복을 스며들게 한다. 가을 한 복판에서 핀 노란 장미 한 송이, 죽은 줄 알았던 다육이가 다시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작디작아 크는 중인지 걱정이던 둘째의 키가 조금 자랐을 때, 잊은 줄 알았던 가을 노래가 길을 걷는 중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떠오르는 수많은 젊은 날의 이야기들.
모래밭에 사금파리처럼 짧은 햇살에 잠깐 반짝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작은 이야기들이 한정된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설레게 한다.
갑작스레 잡힌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사람들과 오후의 다디단 쿠키를 나눠먹는 즐거움, 그리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거리를 달리다 문득 흘러나온 옛 노래가 오늘도 잘 살아냈음을, 그래서 이번 생이 환하게 빛나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