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식 음식을 할 때 중요한 건 뭐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아마도 신선한 재료와 알맞은 간이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되겠지요. 오늘처럼 청명한 하늘, 적당한 가을 햇살, 그리고 알맞은 그리움이 가을을 주제로 한 정식을 차리기에 좋은 재료가 될 것 같습니다.
물들어가는 노랑, 빨강의 가로수길을 건너다보면 계절이 흘러가는 저 길 끝에 서 기다리는 잊힌 얼굴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돌아가신 지 5년이 되도록 선명하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던 엄마의 얼굴을 어젯밤엔 또렷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깨보니 대화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고 용돈을 건네던 꿈속의 기억만 남았습니다. 천국에서도 누굴 만나시는지 더욱 젊어진 얼굴에 소녀처럼 조잘조잘거리던 모습이 생생해서 괜히 더 행복했던 꿈이었습니다. 제가 건넨 용돈으로 누구를 만났을까요? 천국도 지금 한참 아름다운 가을이 펼쳐지고 있을까요?
그리운 것들을 맘껏 품을 수 있는 가을밤, 별 하나하나를 다 헤아리며 이름을 새길 수는 없지만 가슴 한편에 묻어둔 잊힌 이름들을 조용히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