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오후

by 이혜연
커피가 있는 오후

아침의 분주함이 지나고

잠시 숨을 돌리면

어느새

느슨한 오후


봄 햇살이 탁자 위에서

길게

하품을 한다


오후의 긴 그림자 속으로

나른하고 게으른 몸이

빨려 들어가는 시간


구수한 커피를

간신히 남은 햇살에 걸고

링거를 맞듯이 똑똑똑 떨어트려준다


오늘도 애썼어



혹시 요즘 오후에 많이 졸리신가요?

벌써 춘곤증이 온 건지 전 오후에 자꾸 졸립니다.

할 일이 계속 쌓여있어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아직 못다 한 일들이 많은데도

세상 무거운 눈꺼풀 탓에 오후를 버티기 힘드네요.

그래서 요즘은 안 마시던 오후 커피를 즐기고 있어요.

깊은 잠을 방해한다고 해서 오전에 두 잔을 마시면 오후엔 삼가였었는데 느긋한 햇살에 즐기는 오후 커피도 새삼 맛있습니다. 신기하게 잠도 잘 오고요.


요즘 놀이터에서 발밑을 내다보니 민들레가 제법 컸더라고요.

이제 조금 있으면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모두 모두 다시 볼 수 있겠지요?

작년에 봤던 친구들은 아니겠지만 그 자리에 피었다는 건 지난봄에 봤던 그 꽃의 아이들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니 우리 서로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기만 합니다.

한 세대가 또 다른 세대에게 이 봄을 넘겨주는 것처럼 내일은 드디어 첫째 똥그리에게 초등학교 입학식이란 것을 물려주게 되었습니다. 전 국민학교 졸업생이지만 어쨌든.

노랑, 분홍, 보랏빛 꽃이 피듯 내일 초등학교 강당엔 예쁜 조무래기 꽃들이 필 것입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 앞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오핀으로 달고 녹색고무판에 노란색 자수로 이름을 새겨 넣고 로봇처럼 긴장했던 저와 다르게, 다니던 어린이집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로 가는 첫째는 긴장이 하나도 안보입니다. 물론 닦아낸 콧물로 번지르르 윤기 나던 소매도 없지요.

그래도 늦깎이 학부모가 된 저는 벌써부터 설렙니다.

제가 입학하는 것도 아닌데 내일은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하나 긴장되는 봄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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