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듬에 대하여

by 이혜연
스며듬에 대하여


누군가의 대화 속에서

내 어설픈 그림자들을 본다

아직 여물지 않은 생각들이

입의 말로 나오면

그림자가 되어

나를 잠식해 온다


빛을 피해

몸을 숨겨보아도

그저 어둠에 반쯤 가려진 것일 뿐

어설펐던 나를 숨길 수 없다


창에 스미는 빛을 따라

봄을 읽고

햇살을 마시며

바람을 손끝에 머물게 했으면 그만이었을 일들에

왜 그리 많은 말들을 했을까


오늘 밤도

고요히 침묵 속에

나를 스며들게 하고 싶다

조금만 더 깊이

그렇게





낯선 모임에서 나는 내 생각과 색깔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지 않고 적당히 어우러지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혼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홀로 생각했던 시간들이 다른 사람들과 너무 다른 결로 만들어놓곤 했기 때문에 이질적이지 않게 타인 속에서 스며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마저도 색이 있기 마련입니다.

빛이 투영되는 양과 굴절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림자에도 빨강이 있고 파랑이 있고 짙고 얕음이 있듯이 경험치에도 각자의 색깔이 있는 듯합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좋은 점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듣다 보면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보게 되거나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을 깨우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삶에서 그림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련과 실패, 아픔 혹은 슬픔이 살아감에 있어 그림자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 그림자들이 부유하는 삶에 든든한 추가되어주곤 한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너무 과신했거나 섣부르게 판단했던 일들에 실수를 하고 실패를 경험했던 일들이 닻이 되어 잠시 쉼을 갖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박자 쉬어감을 통해 삶을 재해석해보기도 하지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과 아직 이해하지 못한 일들을 조금씩 반추해 보고 고요히 바라보는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오늘은 내 안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어 그 속에 아직 머뭇거리고 앉아있는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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