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오리

by 이혜연
화려한 오리

뒤태가 뒤뚱뒤뚱거린다고

커다란 날개가 멀리 날지 못한다고

내 안에 담긴 세상이

작은 것이 아니다


좁은 연못에 있어도

가장 빛나는 나는

아름다운 오늘을 살아간다


비록 수많은 물길질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물살에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며

허우적 되는 일상을 헤엄치고 있어도


햇살 아래

하얗게 빛나는 존재로

나는, 지금을 살아간다




우리 첫째 아들은 항상 엄마 그림을 사고 싶다고 말해준다. 첫째가 용돈을 버는 방법은 집안일을 하면 스티커 한 장씩을 붙이는 것이다. 빨래 개기, 청소하기, 신발정리 등으로 제법 많은 돈을 벌고 있다. 5살 때부터 했으니 스티커 한 장에 백 원씩이라도 돈이 좀 된다. 그러면서 집안일도 늘어서 빨래 개기는 엄마보다 더 꼼꼼할 때가 많다. 빨래를 하면 건조기에 넣을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해 옷걸이로 걸어서 잘 말려두기도 한다. 그렇게 모은 돈은 첫째가 좋아하는 고모, 외삼촌, 엄마. 아빠 모두의 선물을 사기에 아직 너무 적지만 첫째는 항상 그 돈을 들먹이며 선물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하곤 한다. 그렇게 선물할 사람이 여럿 있어 남는 돈이 없을 텐데도 항상 자기 마음에 드는 그림이 생기면 꼭 가격을 물어보고 구매의사를 밝히곤 한다. 이 그림도 마음에 든다며 제목도 정해주고 구매하시겠다고 해서 빨래 개기를 시키고 백 원을 줬다. 티끌 모아 태산이니 언젠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살 때가 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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