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by 이혜연


홀로 남은 작은 새

숲의 나무가 되었네

깃털 같던 나뭇잎이

다 떨어진 후에야

나무는 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노래할 수 있었네


오래된 숲에

홀로 선 나무

저 혼자

가을, 겨울을 그 자리에서 나더니

봄이 되어 다시

새가 되어 날아갔다네



비가 내리면서 가을이 코 끝까지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문화센터에 월요일 오전을 예약해 둬서 석촌호수를 끼고 잠실을 가는데 엊그제까지 더위 때문에 힘겨워했던 길이 오늘은 싸늘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살갗에 스며오는 서늘함이 반갑습니다. 아이들 방학 때 못했던 아크릴 작품을 하면서 설렘을 느낍니다. 벌초하러 간 지리산 자락에서 홀로 선 나목 조형을 봤습니다. 먼 산들을 바라보며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구나 혼자이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의연하게 홀로 있을 수 있는 존재는 드물지요. 그 모습이 꽃보다 아름다웠던 여름 끝자락의 정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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